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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차 쉬었음 청년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앞길이 막막하고 불안해서

https://youtu.be/kGd5E4tniBI?si=0KyUW_yPJ6SFWxq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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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전동블라인드와 이부자리

2025년 5월 1일 목요일.

지이이이이잉~ 전동 블라인드가 올라가며 햇빛과 함께 알람이 저를 깨웁니다. 아침 8시, 일어날 시간입니다. 요즘 들어 아침에 곧바로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30분간 달콤 쌉싸름한 비몽사몽을 즐기고, 비틀비틀 화장실로 가서 밤 동안 쌓인 녀석들을 처리합니다. 몇 녀석은 변기에, 몇 녀석은 세면대에.

유산균 한 알과 알레르기 약을 먹고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켭니다.


“5월 1일이네… 5월??????”


벌써 5월이라니, 진짜 놀랄 노 자입니다. 작년 12월 퇴사 후 ‘쉬었음 청년’이 된 지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났습니다. 요 며칠은 잘 지냈는데, 시간이 저 멀리 앞서가는 걸 보니 저는 또 불안해집니다. 이제는 진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너무 갑갑합니다.


“분명 어딘가에는 내게 맞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이 있을 텐데, 대체 그게 뭘까?”


생각하다가도,


“그래… 내게 맞는 ‘최상의 직업’ 같은 건 없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삶이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지.”


하며 생각을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삶이 하는 이야기가 뭔지, 최선의 선택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퇴사하고 5개월 동안 뭘 한 건지… 나를 원망하게 됩니다.


“다시 전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몇 개월 방황하다 결국 다시 제자리인 건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멍을 때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요.


우리는 이야기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모든 경험을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수많은 행동(눈 뜨기, 기지개하기, 팔을 들어 이불을 걷어낸 후 엎드려 바닥을 짚고 일어나기 등등)을 했지만, 앞에서 한 이야기 몇 문장으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이야기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합니다.

그래서 저는 ‘쉬었음 청년’에서 ‘나다운 일을 하는 청년’이 되기를 바라며,

누군가 제 이야기를 읽고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를 얻어가기를 바라며,

진솔한 제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이야기를 써 나가다 보면, 제 속에는 새롭고 명확한 이야기가 남을 것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랐을 때, 저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요?

전~혀 모르겠지만, 스스로 정한 목표가 생기니 불안은 사라지고 가슴이 설렙니다.

내일 아침엔 눈이 번쩍 떠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산 영도 흰여울길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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