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신을 화유로 종결하고, 생리기간을 보냈다.
우울하기도, 속상하기도해서 그동안 못마셨던 술도 왕창마셨다.
화유는 유산에 속하지 않는다. 임테기나 의학이 이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늦은 생리‘일 뿐이라고들 했지만 그럼 왜 이름에 ’유산‘을 넣었을까 싶었다. 우리동네산부인과 영상을 조보니 화학적유산이 아닌 ‘화학적 임신’이라고했다.
어쨌는 속상한건 매한가지..
생리가 지나고 2-3달간 유도제를 먹으며 임신시도를 했다. 날짜를 받아서 관계를 해야하는 것에 부담은 여전했고, 점점 지쳐가고있었다.
남들은 날짜받아서 한두달이면 바로 성공한다던데 우리는 왜 안되는지..
또 유도제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인공수정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두줄을 봤다는건 착상시도는 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니까 인공수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인공수정은 절대 절대 안할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의사의 말투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아서 전원을 바로 하려했지만, 이 의사의 처방으로 이미 두줄을 보고 난 후이기때문에 의사의 말에 그래도 믿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배란유도제를 받고, 집에와서 오빠랑 상의를 했다.
난임진단서를 받기위해서는 남자는 정액검사, 여자는 나팔관조영술을 해야한다.
그리고 국가에서 난임시술비용을 지원해주기때문에 비용이 어마무시하게 나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난임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초음파, 진료를 보자니 한번방문할때마다 4-5만원씩 지출이 발생하는것도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한번만 보는 것도 아니고 생리중에 한번, 배란유도제 먹고 또보고, 이후에도 무조건 두번은 봤다. 많으면 세번도 본적이 있다. 비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오빠가 걱정되는건 내가 바늘을 무서워하는데 자가주사가 괜찮을지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고등학교때 바늘공포증 없는줄 알고 헌혈을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갈뻔한적이있어서 그이후로 헌혈은 쳐다도 안보고 주사도 왠만하면 안맞고,, 링겔맞을때는 등에 항상 땀이 흥건하게 젖을정도로 긴장을 했다.
과연 이 상태의 내가 직접 내 배에 바늘을 찔러서 약을 주입할 수 있냐가 제일 큰 관건이긴 했지만, 시간을 계속 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겠다고 해서 오빠도 걱정은 되지만 나의 각오를 듣고 인공수정을 받자고 결정했다.
그 이후에는 빠르게 진행됐다.
오빠도 기본 검사와 정액검사를 마쳤고, 나도 나팔관 조영술을 마쳤다.
정액검사는 두번해야한다해서 기간을 가지고 두번 검사를 진행했고, 우리는 수치도 정상. 내가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지만 그렇게 심한 수치는 아니여서 더 답답했다.
진단서비용을 내고 난임진단서를 발급 받고, 일단 자임시도를 하기로 했다.
의사는 임신돼서 난임진단서 안쓰면 좋지~라고 말했는데 그렇게라도 된다면 검사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자임시도도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