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검사를 마치고, 난임진단서를 듣고 보건소에 가서 인공수정 시술비 지원 결정통지서를 받아왔다.
막상 인공수정을 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걱정,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도 됐다.
우리의 난임 원인은 원인불명이였다. 수치도 정상. 내 나팔관도 정상.
정상인데 자연임신이 왜 안되는지.. 조금 억울했으나 그래도 아이는 갖고싶어서 결정하게 된 인공수정..
결정통지서를 받고 생리 2일차에 첫 인공수정을 위해 병원에 내원했다.
병원에 내가 챙겨간 서류를 제출하고, 몸상태를 확인하고 과배란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폴리트롭이라는 주사를 받고, 직접 배에 주사하는 방법을 배웠다.
간호사가 설명해주는 것을 동영상으로도 찍고, 집에와서 유튜브로 배주사하는 것을 찾아서 공부했다.
나는 바늘공포증이있는데, 바늘을 못보는 공포증이 아니라 바늘이 내 몸을 뚫고 들어와서 안에 박혀있는 느낌을 너무 잘 느껴서 긴장하는 형태의 공포증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을 고등학생 시절, 헌혈을 하려고 누워서 바늘을 꽂았는데, 생각보다 팔에 꽂혀있는 바늘의 느낌이 너무 불편해서 그냥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한테 연결된? 기계에서 에러음이 자꾸 나서 간호사가 나를 보러왔는데 나를 깨우면서 괜찮냐고 연신 물어봤다.
내가 너무 긴장을해서 얼굴에 핏기가 다 사라진채로 누워있었고, 몸이 너무 긴장해서 핏줄이 수축..?해서 혈액순환이 안된다고했다. 더이상 채혈은 불가능해서 바늘을 빼고, 살살 몸을 세워봤는데 너무 어지러웠고 이미 등에는 식은땀이 흥건할정도였다.
이 사건이후로는 왠만하면 주사보단 약으로 처방을 바꿔서 진행했었는데, 이제 내가 직접 내 배에 주사를 해야한다니..!
첫 자가주사를 할때 식은땀이 얼마나 많이나던지.. 유튜브에서 얼음으로 찜질을 엄청 하면 감각이 둔해서 괜찮다고한 것을 봐서 얼음으로 충분히 찜질을 했다.
처음에 바늘로 피부를 뚫을때 너무 긴장해서 손을 벌벌 떨면서 천천히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주사기를 천천히 찌르면 피부조직이 다 밀린다고해서 빨리찔러넣었어야했다.)
4일째 주사를 하고나서 오한이 너무 심했다. 피로감도 엄청났고, 복부팽만감도 느껴졌는데 흔하게 느끼는 부작용이라해서 꾹 참고 넘겼다.
4일간의 자가주사를 마치고 병원에 내원해서 난포크기를 봤는데 양쪽 2.0, 2.1로 두개가 커있었다.
크기가 애매하니 오늘 병원에서 폴리트롭 한대를 더 맞고 다음날 한번 더 와서 크기를 보고, 시술 날짜를 잡자고했다.
다음날 병원에 갔는데 양쪽에 난포가 다 배란이 되어있었다.. 너무 허탈했다.
바로 신랑 올 수 있냐고해서 근처에있어서 금방 올 수 있다고 했더니 의사는 지금이라도 인공수정으로 시술을 해주겠다고 했다.
오빠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금 출발하면 20분이면 온다고해서 의사한테 다시 시간을 알려줬는데, 의사가 갑자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엔 그냥 자임시도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했다.
희망을 줬다 빼았는 느낌이나서 너무 화가났지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지나고보니 그날은 난임센터가 오전진료만 하는날이라 그랬나보다.. 다시생각나도 속상하고 화가난다.
진료실을 나와서 다음 차수를 상의하려는데 차라리 이럴거면 시험관을 바로 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험관으로 넘어가도 되냐고했더니 의사는 “인공수정 한번도 안해보고? 임신 시도한 시간도 얼마안됐는데 굳이 왜?”라고했다.
나는 아직도 의사의 저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의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아니면서 굳이 저런식으로 말해야했을까..
오빠한테 다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안와도된다고말했다. 오빠도 답답한 병원의 태도에 화가난듯 보였지만 그래도 제일 고생하고 속상한건 나일것이라며 다독여줬다.
서러웠고 답답했던 나의 인공수정 도전은 이렇게 어이없이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