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4 물총싸움

초등학교 6학년

by 허지현

초등 6학년 때 학교에서 여름에 각자 물총 가져와서 쏘는 야외 수업을 했었다. 아버지께서는 페트병을 마개조하여 물총이라 부르기엔 뭐 하고 폭탄처럼 생긴 무언가를 주셨었다.


애들은 제일 큰 총 가진 나를 집중 공격해서 쫄딱 젖었었다. 잃을 게 없던 나는 반격하겠다고 뚜껑을 풀고 냅다 휘둘려서 물을 뿌려버렸었다.


나는 쫄딱 젖었는데 정작 몇몇은 자기들 옷이 조금 젖었다고 불평해 대는 것을 보고 기가 찼던 기억이 난다.

결국 다 젖은 나에게 선생님은 안 입는 자신의 조끼 줬었는데 다 큰 성인 조끼를 입은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애들은 또 키득키득 웃었다. 무언가 창피해져서 나는 얼마 안 입고 선생에게 조끼를 돌려주고 내 축축한 옷을 입었었다.


이때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인지하는 범위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을 노리고, 자신들의 행동보다 자기가 받은 피해를 우선적으로 얘기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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