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인터넷으로 인류가 하나 되기 전에는 동네마다 각자의 일종의 고유문화가 있었다.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어느 동네에서는 포켓몬스터가 더 우세였는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디지몬이 더 유행하기도 했다. 우리 동네는 후자여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도 디지몬을 더 좋아했었다.
지금이야 누구든지 유튜브나 인스타로 굿즈 및 MD 상품들에 대한 접근이 쉽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당시에는 문방구나 어쩌다 선물 받은 상품들이 전부였다. 그중 하나가 플라스틱 디지몬 컵이었다. 핑크색은 여동생 것이고 남색이 내 것이었는데, 음료를 마시는 것에도 썼지만 다른 용도도 있었다. 초등학생답게 나는 물이 얼었을 때 불투명해지는 것과 부피가 커지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그 플라스틱 컵 안에 각종 장난감을 넣고 얼리고 녹이고 하는 것에 한창 심취해 있었다.
때로는 만화 영화처럼 어느 추운 극지방에 가서 주인공이 얼음에 갇히는 것을 상상하기도 하고, 세숫대야에서 따뜻한 물을 틀어 얼음을 녹이면서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래서 디지몬 컵은 늘 설거지 대상이었고, 컵 바깥에 프린팅 되었던 디지몬 캐릭터는 조각모음 되듯이 듬성듬성 해체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