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4 정독반 자습실

고등학교

by 허지현

고등학교 하면 입시, 입시하면 빼놓을 수 없던 부분 중 하나는 야자, 즉 야간자율학습이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독반”이라 불린 교내 독서실 시설을 사용하게 해 줬다. 공부 좀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지원을 몰아주겠다는 학교의 의지였던 것 같다. 학기별로 운영이 되었고, 채택되었을 경우, 인원별로 고정석을 배정받아 사용하였다. 일반적인 독서실처럼 의자와 칸막이 책상, 그리고 위쪽에는 작은 사물함이 있는 형태의 좌석이었다. 자리별로 친구들의 특성이 드러나서 명언을 붙여놓는 친구들이 있었는가 하면 잘 외워지지 않는 영단어나 공부 스케줄을 붙여놓기도 했었다. 나의 경우에는 그냥 깔끔하게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학년별로 구간이 나뉘어 있었는데, 1, 2학년은 별관에 있었으나, 3학년들은 수업을 듣는 3학년 본관 1층에 시설을 사용했다. 학년별로 감독하는 선생님들이 계셨고 교대로 순찰을 돌며 졸고 있는 학생이나 놀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고는 하였다. 특히 1학년 쪽에는 학교 측에서 고용하신 한 할아버지 감독관이 있었는데, 몇 명의 친구들은 이 할아버지의 말투를 흉내 내며 우리들을 웃기기도 했다.


그런데 3학년쯤 되면 이미 다른 학원이나 외부 독서실에서 자습을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정독반에 남아 있는 애들은 오히려 줄어들었던 것 같다. 나도 한동안 다니다가 중간에 나오게 되었다. 3학년 정독반도 구조나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상 조용했고, 감독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일주일 단위로 자습 스케줄을 짜서 언제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표를 제출하고, 그에 맞춰 사용하는 방식이었던 기억이 난다.


감독관 선생님들의 책상 앞에는 인강용 컴퓨터 2대가 학년별로 배치되어 있었다. 자습 시간에는 원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지만 쉬는 시간이나 저녁 시간에는 몰래 설치해 둔 게임을 켜서 친구들끼리 피카추 배구 등의 오락을 하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친구들이 1학년 때부터 3학년 말까지 꾸준히 이용하면서 자습활동을 했었다. 그렇다 보니 다들 친해지기도 쉬웠고, 서로 저녁을 먹은 뒤 원바운드 공놀이를 하거나 공부에 도움을 받기도 했었다. 대다수가 순하고 착한 친구들이라 싸움 없이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냈던 것 같다. 다들 착했는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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