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 리틀팍스

초등학교

by 허지현

어머니의 교육열은 항상 학습 쪽으로 기울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쉬거나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만화책을 보는 활동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머니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학습과 관련된 놀이는 예외적으로 장려되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리틀팍스(Little Fox)’라는 영어 학습 사이트였다.


지금이야 유튜브 덕분에 영어 영상 콘텐츠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영어로 된 콘텐츠는 DVD나 학습용 자료를 따로 구해야 했다. 그런 시절에 리틀팍스는 온라인 구독 방식으로 운영되던 영어 동화 사이트로,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였다.


당시 리틀팍스의 주된 콘텐츠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처럼 약간 어색하게 움직이는 영상과 영어 더빙이 어우러진 그림 연극 형태의 동화였다. 동요나 게임 등도 있었지만, 중심은 1단계부터 7단계(현재는 9단계까지 있다)로 나뉜 영어 동화였다. 고전 명작을 축약한 시리즈가 많았는데, 피노키오, 톰 소여, 허클베리 핀, 작은 아씨들처럼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시각화된 콘텐츠로 다시 보니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 접한 작품들도 많았다. 레일웨이 칠드런, 아르센 뤼팡, 드라큘라 원작 등은 이 사이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단순한 동화 서비스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나름대로 견문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던 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MY LIFE’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콘텐츠였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직업이 ‘풀먼 포터(Pullman Porter)’였다. 흑인 차별이 존재하던 시대, 고급 열차에서 짐을 옮기고 객실을 정리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던 흑인 인력들의 이야기였다. 고급 인력답게 매우 정교하고 위생적인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지식인도 많아 의사 출신도 있었다고 한다.


어린 나에게 리틀팍스는 유튜브와 가장 가까운 존재였고, 보통 식사 시간에 틀어놓고 재미있게 보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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