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 바자회

초등학교

by 허지현

학교에선 가끔 바자회가 열렸다. IMF 이후 번졌던 ‘아나바다 운동’의 연장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을 챙겨 와 돗자리에 펼쳐 놓았고, 물건은 서로 바뀌거나 조용히 팔려나갔다. 고리나 빠진 액세서리, 누군가의 손때가 밴 연필꽂이 같은 것들이 체육관 바닥을 메웠다. 제각각인 물건들이 낯선 이웃처럼 늘어서 있는 풍경은, 어쩐지 각자의 집에서 뜯겨 나온 삶의 조각 같았다. 넓은 체육관을 가득 채운 그 알록달록한 무질서함이 흐릿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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