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다친 참새

1차 미국유학

by 허지현

어릴 때 우리 집 앞에서, 날개를 다쳐 제대로 날지도 걷지도 못하는 참새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어린 마음에 그 참새를 꼭 치료해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움직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어머니는 새 같은 동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참새를 집 안에 둘 수는 없었고, 결국 우리 빌라 베란다에 작은 임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양동이를 하나 가져다 놓고, 그 안에 부드러운 비스킷 조각을 넣어 준 뒤 하룻밤을 보내게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날 밤은 그렇게 춥지도 않았고,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 보니 참새는 이미 죽어 있었다. 어떻게 손을 써야 했는지 알지 못했던 우리는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더 잘 알았더라면, 어른이었더라면, 어떻게든 살아남게 해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린 마음에 크게 남았다.


전날까지 가지런히 정돈되어 보였던 참새의 깃털들이 아침에는 사방으로 흐트러져 있었다는 점이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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