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동네 도서관

1차 미국유학

by 허지현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나의 도서관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 초등학교 도서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동네의 국립도서관은 큰 규모를 자랑했으며 자체적으로 고즈넉한 느낌을 풍겼다. 단순히 책만 많은 것이 아니라, 아동용 서적과 만화책만 해도 전체의 30% 정도는 차지했을 것 같은 규모였다. 그 정도로 어린이 코너가 풍부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공간은 늘 사람들이 붐볐다.


아동 코너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들이 줄지어 있었고, 어린이용 의자와 책상도 잘 갖춰져 있어서, 마치 작은 독립 공간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자주 이곳에 가서 책을 빌렸고, 나는 그 도서관을 정말 좋아했다. 책을 고르고, 빌리고, 읽고, 반납하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또 도서관은 1년에 한 번 정도 오래된 책을 아주 헐값에 판매하는 세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샀던 책들은 지금도 집 어딘가에 남아 있다. 빨강머리 앤 같은 고전도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는 ‘신식’이라고 할 수 있었던 소설들도 몇 권 있었다. 책장을 넘기던 그 느낌과, 종이 냄새, 그리고 그 시절의 도서관 분위기가 지금도 기억 속에서 은근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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