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4 점보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

by 허지현

귀국한 이후에는, 중학교를 대비하며 선행 학습을 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교육관 때문에 다시 사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옛날에 살던 동네 근처까지 가서, 예전에 내 눈높이 학습지를 담당하시던 선생님이 차린 공부방에서 수학을 배웠던 적이 있다. 나는 그 선생님을 ‘점보 선생님’이라고 불렀었는데, 이유는 수학 공부방에 점보 지우개를 항상 꺼내 쓰라고 갖다 놓으셨기 때문이다.


점보 지우개 말고도, 공부하다 보면 당이 떨어진다면서 학생들이 먹을 수 있게 초콜릿 같은 간식도 준비해 두셨다. 나는 학습책을 들고 몇 단원씩 나가며 공부를 했었는데, 정확히 어떤 교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책 안에 단어마다 수학 개념을 풀어내려는 짧은 만화 컷들이 들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중 방정식을 처음 다루는 부분에서, 선생님의 농담이었는지 만화 속 설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방에서 먹는 정식이라고 생각하면 방정식이다” 같은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는 ‘정식’이 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서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갔던 것 같기도 하다.


점보 선생님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상냥하셨고, 수업도 잘 가르쳐 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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