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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Jun 03. 2022

Eyes Wide Shut(1999)

성욕, 갈망과 외면의 대상(8/10)

Eyes Wide shut, "눈을 활짝 감다"니 역설적인 제목이다. 처음에는 사뭇 이해가 가지 않으나, 영화를 전부 다 본 뒤에 그 뜻을 어렴풋이 알았다. 모두가 알고 원하는 원초적 욕망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얕은 소견으로 보았을 때,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성욕과 호기심의 위험성과 동시에 그에 대한 끌림이라 생각한다. 아내가 주인공에게 자신의 성욕에 대해 고백을 하는 장면부터 쾌락을 좇는 주인공과 영화 내에 등장하는 수많은 밀회를 통해 모든 인물들에게 존재하는 원초적 본능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성적 쾌락에 대한 위험성 메시지 또한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마약을 과다복용 후 성관계를 하는 여성 모델로부터 주인공에게 접근한 창녀의 에이즈 확진, 가면무도회 주최자로부터의 경고 등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쾌락들 뒤에는 그 위험성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초반에 마약으로부터 간신히 목숨을 건진 모델에게 던진 말이 있다. "넌 아주 아주 운이 좋은 여자야, 오늘은 살아났지만 이렇게 살다간 언젠간 네 목숨을 앗아갈 거야" 이 말은 나중에 주인공은 물론, 성욕에 매료된 관객들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주인공은 무도회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에도 사건을 들쑤시고 죄책감에 시달려 어떻게든 그를 해소하려 해 보지만 결국에는 총 3번의 경고, 특히 마지막의 최후통첩을 받고 무너져 내린다. 마지막의 경우 그의 집에 몰래 들어와 자고 있는 아내 곁에 가면을 둠으로써 언제든지 소리 소문 없이 그를 제거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는 굉장히 섬뜩하다.


사건 후 주인공은 모든 일을 아내에게 토로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하룻밤의 꿈으로 묻어두자고 한다. 그러는 동시에 영원이라는 말은 두려우니 사용하지 말자고 말한다. 마지막 대사가 특히 인상 깊다. 그토록 성욕으로 인한 처참한 사건에 시달린 후에도 섹스를 하자고 하며 막을 내린다. 결국 인간은 두려움에도 성적인 욕구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영화의 의견이다.


마지막 장면이 더욱 인상 깊은 이유는 성적인 욕구로 인해 발생한 사건, 그것이 현실이든, 꿈이든 묻어두자고 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경우에는 꿈속에서 남편을 배신하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남성과 관계를 맺었고, 주인공은 현실에서 음란한 모임과 창녀와의 대면 등 쾌락을 찾아 떠났다. 즉, 어느 경우이든 인간은 상상 혹은 현실 속에서 성적인 욕구에 영향을 받고 그의 하수인이 되어 살아간다. 동시에 그로부터 오는 불안,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메시지 외에도 이 영화는 연출이 대단하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만 언급해보겠다.

1. 거울의 등장

    - 영화의 초반부에는 유난히 거울이 많이 나온다. 처음 주인공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관계를 맺을 때 등 수시로 인물들이 스스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인물들을 비롯해 관객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만 같았다.


2. 장식을 통한 배경의 분리

    - 시적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다 보니 가는 곳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한다. 집, 사무실, 창녀의 집 모두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신구가 있다. 그러나 무도회가 열린 공간에선 그러한 장식이 없어 마치 현실과 꿈을 분리하듯 공간을 떼어낸 것만 같아 보였다. 


3. 빛을 통한 상징성 부여

    - 주인공과 피아니스트 동창이 재즈 카페에서 대화를 나눌 때, 촛불 빛과 인물 사이의 거리를 이용해 묘하게 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빛을 얼굴 아래에서 비추면 섬뜩하게 보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비춤의 정도를 인물의 대사와 감정에 맞게 광원으로부터 거리를 조절하며 나타낸 점은 탁월했다. 유사하게 후반부에도 그러한 장면이 있다. 빌이 지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고, 무도회의 진실을 외면할지 고찰하는 장면에서 창의 푸른빛과 실내의 붉은빛이 그의 얼굴을 각각 절반만 비춘 장면이 있다. 여담이지만 "맨 프롬 어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출이 있는데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4. 피아노 소리를 통한 긴장 고조

    - 주인공이 가면무도회를 참석한 후로부터 등장하는 배경음악이 있다. 음악은 잘 모르나, 일부러 불협화음을 통해 불안한 감정을 조성한 뒤, 단음을 강하게 사용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고 느꼈다. 특히 단음의 간격을 점차 좁히며 마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한 효과를 장면에 맞게 사용하는데, 어찌 보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5. 가면과 알몸

    - 알몸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입고 있는 것을 내가 걸치지 못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도회에서 주인공이 정체를 들키고 가면을 벗는 장면은 사회적으로 알몸이 되는 장면이었다. 코로나 시국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혼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거기에 더하여 다른 옷까지 벗겨내려고 요구하는 장면은 정말 위협적이고 그만큼 주인공이 초라하게 보이도록 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 외에도 주인공의 미행 인물을 화면 정가운데에 놓아 불안감과 중압감을 증폭시키는 장면이라던가 기타 장면들이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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