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그들의 이야기 (8/10)
<줄거리>
영화 초반, 수다쟁이인 여주인공 홀리 골라이틀리는 우연히 만난 남주인공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집을 얻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소유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동시에 그녀의 집은 뒤죽박죽으로 되어있다. 전화기는 슈트케이스 안에, 냉장고 안에는 신발이 들어있고 우유를 와인잔에 따라 마시며, 꽃바구니에 신발 한 짝이 박혀있다. 엉망진창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그녀는 티파니를 좋아하며, 우울할 때는 택시를 타고 티파니 가게 앞에서 구경을 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집은 티파니 같을 것이며, 그때가 되면 우연히 만나 기르게 된 고양이에게도 이름을 붙여줄 거라 말한다. 그런 그녀도 반복하는 일과가 있으니, 목요일마다 교도소에 가서 전 마피아 조직원을 면회하여 특정 정보를 전달하고 돈을 받는 것이다.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며 불순한 관계를 맺는 동시에 순진무구한 그녀는 자신이 마피아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흘러가는 대로 살기에 그녀의 통장 잔고에는 늘 몇백 불에서 변하지 않는다.
한편 남주인공 폴은 소설가이나, 늙은 정부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 그는 소설에 열중한다 말하지만, 실제로는 타자기에 잉크(리본)도 채우지 않은 채 여주와 마찬가지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두 인물은 각자의 사연을 공유하고 친구가 된다. 홀리는 그와 자신의 남동생의 모습을 겹쳐 보며 그를 프레드라고 부른다. 폴이 홀리의 일상을 함께하며 더욱 친해지던 와중, 누군가 그를 감시하는 것을 알게 되고 직접 대면한다. 알고 보니 그는 홀리의 전남편이고, 홀리라는 이름 또한 가명인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본인과 남동생의 생계를 위해 14살에 늙은 수의사와 결혼 및 파혼을 했고, 전남편은 그녀에게 함께 돌아가자 권하지만, 홀리는 거부 한다.
홀리의 남동생은 군 복무 중이었으나 곧 전역하게 되고, 두 명의 삶을 지탱하기엔 돈이 없는 홀리는 부자에게 시집을 가려한다. 남주는 그녀를 말리려고 하나 술에 거하게 취한 그녀로부터 자존심에 상처받는 말을 듣는다. 우습게도 그녀가 노리던 그 부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고 두 주인공은 서로 화해를 하며 하루 종일 서로 해본 적 없는 일들을 한다. 더욱 돈독해진 그들은 키스까지 하게 된다. 그녀에게 빠져버린 폴은 정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홀리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결혼 상대를 찾았고 배신감을 느낀 남주는 그녀로부터 떠나간다. 그러나 홀리에게 남동생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에 절규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홀리는 정돈된 아파트에서 안정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곧 남미의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와 결혼할 계획임을 밝히며, 폴 또한 직장을 얻어 안정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내 홀리가 마피아들을 위해 협조한 사실이 밝혀지고, 명예를 중요시하던 그녀의 약혼남은 모두가 그랬듯 그녀를 등진다. 갈 곳 없는 그녀는 그래도 외국에서 부자와 결혼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자 폴은 분노하며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나 홀리는 사람은 사람에게 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폴은 그렇게 그녀를 떠나가려 하지만 이내 홀리는 그를 뒤따라가 빗속에서 안기며 영화는 끝이 난다.
<감상>
여주인공의 삶은 모두 거짓부렁이다.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삶 속에서 그녀가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동시에 그녀는 누구에게도 소유되거나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는다. 가명을 쓰는 동시에 남주인공도 가짜 이름인 "프레드"라 칭하며 진실된 관계를 회피한다. 이후 그녀를 찾아온 전 남편을 통해 이전의 삶을 마주했을 때도 완강하게 이전의 자신, 룰라 메이를 거부한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스스로도 이전과 달라진 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에게 가장 확실한 건 돈이지만, 그마저도 물 흐르듯 써버 린다.
남자 주인공 폴 또한 정체성을 잃고 삶을 허비하나, 여주인공 홀리를 만나며 삶의 주체성을 되찾는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돕고, 사랑을 느끼고 타인에게 진심으로 속하고 싶어 하는 그이기에 홀리에게 진심을 다한다. 그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홀리에게 말한다.
"넌 겁쟁이야, 당당하게 인생은 실존한다고 말하지 못해.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서로에게 속해.
왜냐하면 그것만이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지.
너는 스스로를 자유 영혼, 방랑자 등이라 일컫지만 누군가에게 가둬지는 것을 그렇게도 두려워하더라.
근데 그거 알아?
넌 이미 네가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있어.
네가 튤립, 텍사스, 소말리랜드 등 어딜 가도 그건 변하지 않아.
왜냐하면 어딜 가도 너 스스로를 마주칠 거니까"
개인적으로 정말 좋고 기억에 남은 장면이었다. 늘 회피하던 여주인공에게 직접적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가둔 감옥으로부터 구원하기 때문이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기에 스토리와 관련해 딱히 더 적을만한 말은 없다. 그래도 더 적어보자면, 두 주인공이 서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즐기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좋았다. 이는 이후에 뒤따를 수많은 로맨스 영화 계보에도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특별한 점이 있다. 특히 티파니 가게에 주인공들이 들어가 시리얼 박스에서 나온 반지에 각인을 하는 장면이 그렇다. 늘 타인들로부터 지원을 받기만 하던 그들이 직접 일궈낸 성과로 추억을 남기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그것이 설령 보잘것없는 반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영화 의상도 꽤나 눈호강을 시켜주는 요소였다. 오드리 헵번이 처음 등장할 때 착용한 지방시 드레스부터 폴의 회색 무늬 플란넬 슈트 등 인물들이 다들 훤칠해서 의상들도 더 빛을 발했던 것 같다. 또, 옛날 영화 특유의 빠른 말투와 빈틈없는 대화가 매력적이었다. 또한, 카메라가 한정적이던 옛 시절의 거울 구도도 눈에 띄었다.
안 좋았던 점을 꼽자면 미키 루니의 혐오스러운 일본인 연기가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 인물은 과장된 억양과 돌출된 입은 그 시절 아시안들에 대한 편견과 취급을 보여준다. 요즘도 그렇지만 옛날 미국 영화를 보다 보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없는 장면들이 가끔 나온다. 인디애나 존스 2에서도 주인공이 인도 아이들의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장면이라던지 아시아 캐릭터를 백인이 분장하여 연기한다던지 등의 문제점은 늘 날 불편하게 만든다.
총평을 하자면 '비현실적인 어른 동화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모든 나쁜 것들이 미화되어 나오는 예쁜 영화지만 일부 로맨스 영화는 그런 맛으로 보는 것이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기에 가끔 보기에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