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만족이라는 사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 자신은 과연 만족하고 있는 걸까?' 깊이 생각해 보면 만족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불만족이라는 감정이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나은 만족을 갈망하며 욕심을 부리고, 애써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어머니가 공사장에 나가시던 날, 나는 아주 작은 용돈 십 원을 얻기 위해 버스 정류장까지 끈질기게 따라갔었다. 마침내 어머니는 버스에 오르시며 십 원짜리 동전을 던져주셨지만, 나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원할 때 준 게 아니니까.' 그날, 나는 학교 대신 꽉 닫힌 마음의 문 뒤에 숨어버렸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대한 서툰 반항이었으리라.
스무 살 무렵의 나는 무분별하게 흥청망청 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사치를 부리지도 않았건만 늘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어디를 가든 계산은 항상 내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드 대출을 받는 한이 있어도, 밥값과 술값은 당연히 내가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고 순진한 '호구'였던가. 남들에게 베푸는 행위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었던 미숙한 자존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사실 지금도 그러는 편이다.. ㅎ)
마흔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번듯한 집 한 채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도 생겼다. 무엇보다 내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한 지출은 더 이상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쓰는 돈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진정한 만족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인생의 전반전 대부분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 남들에게 부족해 보이고 싶지 않은 허영심이 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가진 척, 괜찮은 척 포장하며 살았지만, 그런 겉치레는 결코 내면의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만들 뿐이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진정한 행복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데 있다는 것을.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내 수준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것. 더 이상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최고급 자동차, 명품 가방, 넉넉한 현금.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그리 부럽지 않다. 지금의 나는, 지난 삶의 굴곡진 경험들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만족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따뜻함, 소박한 식탁에서 나누는 웃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누는 조용한 대화. 이 모든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그 어떤 화려한 사치보다 값진 행복이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현실적인 생각과 작은 것에서부터 만족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마음의 사치'가 아닐까. 나는 지금, 그 사치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기에 더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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