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내면이 깊을수록 섬세함을 즐긴다.
주말부부인 아내를 배웅하려 플랫폼으로 향하던 차 안, 우리는 늘 그렇듯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고, 한참을 소리 내어 웃는 나를 아내는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던진 한마디,
"당신이 연애할 때도 그렇게 웃었다면, 결혼하자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곰곰이 되돌아보니, 아내의 말은 뼈 있는 농담이었다.
"소리 내어 웃으니 경박스럽고 가벼워 보인다"라는 그녀의 평가는 낯설면서도 깊이 있게 다가왔다.
연애 시절 나는 아무리 즐거워도 조용히 미소 짓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의 차분하고 무게 있는 모습이 아내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처갓집에 가면 여전히 "무게 있는 남자"로 통한다는 나의 항변에, 아내는
"좋겠어요… 쭈글이보다 대우받는 사위가 좋으니까"라며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엔 복합적인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30대 초반까지 나는 활짝 입을 벌리고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저 조용한 미소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했고, 때로는 그런 무표정한 태도가 비웃음으로 비쳐 오해를 사기도 했다.
오늘, 니체의 글을 읽으며 웃음에도 '분위기'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크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경쾌한 웃음소리가 때로는 소음처럼 들리고,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은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상가집에서 유난히 큰 소리로 웃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심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
조용한 미소를 건네야 할 순간과 마음껏 웃어도 좋을 순간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지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품위를 더해야 한다.
웃음이라는 자연스러운 행위조차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상황과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터져 나오는 웃음은 경솔함이나 배려심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단순한 믿음만으로는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섬세함이야말로 내면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늘 아내의 한마디는 내 웃음 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관계 속에서 웃음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또다시 깨달았다.
앞으로 내 웃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온도와 무게로 다가갈지 더욱 세심하게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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