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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과 희생, 그 사이의 진정성

공직자의 태도

by 시절청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의 삶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녹록지 않다.


정해진 월급과 민간 기업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성과급, 여기에 예상치 못한 업무량과 엄청난 스트레스는 공무원들이 감내해야 할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생활비 또는 자신의 용돈을 위해 시간 외 근무수당을 활용하곤 한다.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며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다.


이는 일반 공무원뿐 아니라 직업군인 등 국가직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직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시간 외 근무는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에 한해서만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오늘, 평소 성실하게 일한다고 생각했던 한 후배의 모습에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늘 일찍 출근해 근무를 해오던 친구였기에, 내가 조금 일찍 출근한 오늘 아침에는 보이지 않아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까지 되었다.


그 친구의 부서는 남들보다 일찍 업무를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곳이라, 항상 일찍 오는 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친구 스스로도 자신의 부지런함과 희생을 나에게 여러 번 이야기하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 친구가 늦게 출근한 것은 출장을 간다는 이유였다. 출장을 가면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할 수 없는 체계이다 보니, 나의 걱정은 씁쓸함으로 변해갔다.


어쩌면 그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했던 업무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것을 마치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듯이 말했던 것이고, 실은 정당한 보상을 받으면서 당연시하게 행동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보면 현명한 생각일 수도 있다.


나처럼, 아니 우리 기성세대처럼 자기희생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않았던 모습이 어쩌면 바보 같은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에는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바라고 한 행동이었다면, 소위 말하는 '나는 맡은 일 때문에 희생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 업무에 대한 평가를 하는 많은 이들이 약간은 고지식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점도 알아야 한다.


또한 나처럼 웃으며 격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자세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나의 판단이 옳은지 스스로 검증하기 위해 다각도로 보게 되고, 조직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기에, 결국 종합적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늘 그 친구를 보면서 강하게 들었던 생각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친구는 어린 친구도 아니다. 이제 마흔에 가까운 나이인데도, 나와는 너무나 많은 생각의 차이가 있다.


물론 모든 후배들이 이 친구처럼 행동하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희생도 많이 하고, 정당한 보상도 못 받는 후배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선배로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정말 많이 느낀다.

하지만 노력과 보상의 기준을 금전으로만 바란다면, 그 자체로만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기 자랑처럼 희생한다는 말을 굳이 하지 말고 말이다.


오늘은 그 친구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늦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장거리 출장이기에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런 글을 적게 된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친구가 평소에도 개인주의적 성향을 너무나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단체의 일에는 참여하지 않고, 본인 혼자만 잘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조직을 중시하는 업무와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움에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이 글이 그 친구에게 직접 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거에 그 친구에게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나의 조언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그런 모습이 공교롭게도 내 눈에 띈 것이다.


그래서 안타까움에 한숨만 나온다. 모르고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내가 알게 됨으로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변한 것이니 말이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자신의 모습을 조금 낮추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위의 평가는 자연스레 긍정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후배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연히 금전적인 보상을 좇아야겠지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함께 나아가려는 태도가 결국 자신에게 더 큰 가치로 돌아올 수 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진정한 평가는 말이 아닌 행동에서 오고, 보상을 넘어선 희생이야말로 빛나는 가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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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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