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조금씩 회복해 보는 날
새벽 루틴을 꾸준히 지킨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매일 새벽을 지켜내는 분들을 보면 부지런함이 부럽고,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해 보려 애써봤지만 여전히 쉽지 않더군요.
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잠드는 시간은 조금씩 흔들리고,
글을 쓰는 시간 또한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전날에 시를 쓰고,
어떤 날은 새벽에 일어나 시와 글을 쓰곤 하죠.
새벽에 쓰는 글은 생각이 조금 더 깊고,
아침에 쓰는 일상 글은
하루의 행복을 찾아 적어나가는 편이었습니다.
이 글처럼 새벽에 글을 쓰는 날엔
자연히 ‘생각의 글’이 더 많이 나옵니다.
사실 9월 중순부터 찾아온 우울감이
제 루틴을 무너뜨린 시작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때의 감정, 그 당시에 가졌던 욕심을 쉽게 내려놓지 못해
혼자 핑계를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퇴근 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TV조차 켜지 않아도 행복했던 그 시간들이
저는 참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가슴 한쪽에
혼자만의 감정과 상상 같은 게
잔잔히 살아 있었던 시기였겠죠.
그러나 9월 중순 이후,
그 감정은 모래성처럼 작은 물결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도미노처럼 작은 충격 하나에
전체가 쓰러진 것처럼요.
그 틈을 파고든 것이
혼자만의 고독이었고,
그 고독감이 저를 더 깊은 어둠으로,
무기력 속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렇게 거의 두 달을
무의미한 루틴으로 버티며 살았더군요.
행복한 감정의 글을 쓰려고 애썼지만
제 마음이 행복하지 않으니
글도 마음도 막혀버렸습니다.
그래서 더 힘들었고,
제가 원하는 방향을 찾지 못해
저 스스로 지쳐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입니다.
여전히 완전하진 않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회복이 시작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겠죠.
혼자 고민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두려 합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은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걸 느끼니까요.
이왕이면,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낫겠죠.
노력하다 보면
감정도 다시 살아나고
내 글도 다시 내가 원하던 결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행복한 금요일입니다.
아무것도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기분만으로도 행복한 날이 될 것 같아요.
가끔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좋으면 좋은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요?
날씨가 더 차가워졌습니다.
감기와 독감이 유행이니
옷 따뜻하게 입고,
이번 한 주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일상의 감정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천천히 다가온다.
[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