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날입니다.
저는 수능과는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출근 시간을 늦춘다고 하니 왠지 마음이 여유롭네요.
그래도 늘 그렇듯, 평소 시간에 맞춰 출근했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음악을 틀어놓고 앉았는데, 뭔가 잊은 기분이 들더군요.
생각해 보니 커피를 내리지 않았더라고요.
잠깐 커피를 내리고 돌아왔습니다.
제 사무실 커피는 저렴하지만, 의외로 맛이 괜찮습니다.
사실 커피 맛보다 좋아하는 건 그 향입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느껴지는 그 은은한 커피 향.
그 냄새를 좋아해서 매일 커피를 내리곤 했는데, 요즘은 잘 느껴지지 않네요.
나이가 들어서 감각이 둔해진 걸까요, 아니면 커피가 저렴해서 향이 옅어진 걸까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매일 커피를 내립니다.
이것도 제 하루의 루틴이니까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사실’일까?
내가 본 것은 언제나 단편일 뿐, 그 순간의 일부에 불과한데
그걸 전부인 양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느낌 역시 내 감정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그래서 종종 과거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다시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쉽게 답을 낼 수 없습니다.
이미 굳어져버린 생각은 마치 ‘진실’처럼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죠.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호감’이나 ‘비호감’을 본능적으로 느낀다고 하지만,
그 감정조차 착각일 수도 있겠죠.
혹은, 알면서도 그냥 속아주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직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관계들이 많으니까요.
그저 예의와 배려로 유지되는 친절을
내 쪽에서 ‘호감’이라 착각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리고 나중에 그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조금은 허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상을 봅니다.
과도하게 친절한 사람도, 냉정한 사람도 결국은 자신을 위해 행동하죠.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남을 뿐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양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는 웃으며 존경하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
어쩌면 저 역시 그런 태도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사람을 대할 때 이익을 계산하지 않는 편이라,
오랫동안 모두가 나와 같을 거라 믿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진심으로 대하려 합니다.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죠.
오늘 하루만큼은 이해타산을 떠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진심이 결국,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진심은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믿어보는 용기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나노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