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음이라는 이름의 거리

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22

by 시절청춘

‘한결같다’는 말은 참 묘하다.
변하지 않는다는 뜻 같기도 하고,
세월에 맞춰 조금씩 달라지면서도 본질은 지켜낸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어쩌면 한결같음이란,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
과거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
조심스레 꺼내 쓸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흔히 말한다.
완장을 차면 사람이 바뀐다고.
힘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고,
그만큼 사람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고.


그래서일까.
높은 자리에 올랐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 앞에서도, 이해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태도와 기준을 잃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모난 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주변의 유혹과 시기를 받으며
손해를 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직장에서든 삶에서든
한결같이 올바른 태도를 지켜온 사람은
결국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가끔은 권모술수에 밀려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리더는 결국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태도와 능력을 알아본다.


그래서 한결같음은
가장 어렵고도 강력한
인간관계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친구에게도 한결같음을 기대한다.
특히 오래된 친구일수록 더 그렇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날 때,
우리는 은근한 기대를 품는다.
그 시절의 순수함,
변하지 않은 마음을 마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자가 살아온 시간만큼
삶의 무게도, 가치관도 달라져 있다.


누군가는 친구를 도움과 선망의 대상으로 보고,
누군가는 비교와 시기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해관계가 없던 관계를 기대하고 나간 자리에서
오히려 실망과 허탈함을 안고 돌아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십여 년 전,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졸업 후 약 25년 만의 첫 만남이었다.


단톡방으로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우리는 놀랍게도 한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반가움 속에 식사를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 놓았다.


2차 자리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각자의 현재와 고민,
힘들었던 과거와 불안한 미래가
조심스럽게 오가기 시작했다.


나는 말없이 그 이야기를 듣는 쪽을 택했다.


무거워진 공기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노래방으로 향했고,
한 곡씩 부르며 다시 웃음을 찾았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떠오른 노래는 하나뿐이었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안재욱의 〈친구〉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되준 너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듯 친구도 하나야


친구들은 떼창을 하며 따라 불렀고,
우리는 잠시
어린 시절의 우리로 돌아간 듯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그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먼저
스스로를 고립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고
만남을 이어가려 했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착각이었을 수도 있고,
현실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이상적인 세상에
머물러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다.
친구란 무엇일까.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이해관계가 끼어드는 순간,
친구라는 이름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친구는 꼭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오래 봐온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함께 일하며 하루를 나누는 동료들,
서로의 삶을 존중해 주는 관계가
어쩌면 더 깊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한결같음은
사람을 붙잡는 힘이 아니라,
사람을 걸러내는 기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기준을 존중하기로 했다.



한결같음이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의 기준을 잃지 않는것이다.
월, 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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