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로에서, 아침이 시작되던 날들

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23

by 시절청춘

매일 반복되는 일을 우리는 흔히 습관, 혹은 루틴이라고 말한다.
지금이야 블로그에 글을 쓰고, 미라클 모닝 비슷하게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몸에 조금씩 적응되어 가는 중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왜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자취를 하며 혼자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 가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지각은 하지 않았지만, 늘 10분 정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전부였다.
군 입대 전 직장을 다닐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번을 깨우고, 아침부터 잔소리와 욕을 먹어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하던 습관. 아마 대부분 한 번쯤은 겪어봤을 풍경일 것이다.


물론 출근이 좋아서 힘들지 않았던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출근이 그렇게 신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게으른 시간을 보내다가 군대에 가게 되었으니, 처음에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군대 신병교육대에서는 늦게 일어날 수도 없었다.
조교들이 기상 소리와 함께 내무반으로 들어와 소리를 냅다 지르는데,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천사의 멜로디 같던 취침곡과는 정반대의, 악마의 외침 같은 기상나팔 소리는 일어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훈련소 생활과 교육 기간 동안의 시간들은 그렇게 내 몸에 습관을 안겨주었다.
기상 시간 06시, 식사 시간, 취침 시간 22시.
잠을 자는 시간도 평균 8시간 정도였지만, 불침번이나 기타 근무가 있으면 잠은 늘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평균적인 루틴은 정확하게 몸에 배어들었다.


오죽했으면 군에서 휴가를 나와 “푹 자는 게 소원”이라던 청년들이, 막상 휴가를 나와서도 06시만 되면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다시 잠들지 못한다는 말을 했을까.
그만큼 습관이 몸에 익숙해지는 순간,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루틴으로 반응하게 된다.


처음 기상 시간에 익숙해질 수 있었던 건 조교들의 고함과 기상나팔 덕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이 먼저 반응하며 자연히 깨어나게 되었다.
다만 모든 보수교육이 끝나고 자대에서 내무반 생활을 할 때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처음에는 긴장 덕분에 제때 일어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이미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있는데도, ‘10분만 더’ 자고 싶은 욕망은 늘 찾아왔다. 실제로 늦게 일어나려고 누워 있던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런 나를 다시 자연스럽게 일으켜 세운 것은 뜻밖에도 노래 한 곡이었다.
매일 아침 LP판을 틀어두면, 바늘이 닿아 돌아가는 소리부터 간주까지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엔 그저 시끄럽다고만 느꼈던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는 기다려지는 소리가 되었다.


기상과 함께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찬 공기는 상쾌했고, 노래가 전해주는 감정은 유난히 따뜻했다.
감성이라도 밀려오는 날이면, 정말 최고의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노래는 마로니에의 <동숭로에서>

였다.

그 햇빛 타는 거리에 서면 나는 영원한 자유인일세
그 꿈의 거리에 서면 나는 낭만으로 가득 찰 거야
많은 연인들이 꿈을 나누고 리듬 속에 춤추는 거리

나는 그 거리거리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싶어
하늘 향해 외치듯이 내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어
우리들의 이야기들은 가슴속에 빛나고 있네


https://youtu.be/-7Pydq63h6U?si=EpuN7G5A5-3H_uOC



젊은 시절, 흐트러졌던 나의 기상 루틴을 다시 다잡아주었던 노래 한 곡.
지금도 나는 이 노래를 가끔 듣는다.
아침을 깨우던 그 시절의 공기와 감정이, 여전히 그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습관은 의지와 함께 반복된 시간과 감정이 몸에 남긴 흔적이다.
노래 한 곡이 하루를 깨우던 시절처럼, 어떤 기억은 소리로 가장 오래 남게 되는 것 같다.



습관은 강요로 완성되지 않고, 반복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새겨진다.


월, 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