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그 작은 용기에 대하여

돋움(무릎이나 몸을 굽혔다가 펴는 탄력적인 동작)

by 시절청춘

까치발의 꿈


반짝이는 두 눈,
고개 높이 들어
서랍장 위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아이의 눈망울.


호기심 가득한 마음,
닿고 싶은 간절함이
작은 어깨에 실려
아쉬움으로 차오른다.


엄마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다가가
고사리 같은 손 뻗어 보아도
스치는 건 서늘한 공기뿐.


온 힘을 다해
발끝을 한껏 세워보지만
야속하게도 단 한 뼘이 모자라다.


서러움이 울컥,
눈물로 터져버린 찰나


엄마는 그 천진한 몸짓이 예뻐
행복한 미소 머금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네.


아이는 울며 배우고
엄마는 웃으며 기다리는 시간,


오늘도 아이는
까치발을 든 만큼
조금씩 자라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돋움'


무릎이나 몸을 굽혔다가 펴는 탄력적인 동작을 '돋움'이라고 합니다.

운동 경기에서 더 높이 뛰고,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도움닫기를 하는 그 순간이 바로 돋움의 찰나입니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겐 수많은 돋움의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는 설렘의 순간부터,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과정까지 모두 돋움이 필요하지요.


때로는 자신의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만끽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잊지 않는 '겸손'입니다.

혼자 힘으로 올라선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곁에서 믿어주고 응원하며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 올랐다고 안하무인으로 변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추락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살다 보니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틀리지 않더군요.

좋은 일이 있으면 궂은일이 생기고, 나락으로 떨어졌는가 싶으면 다시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반복의 연속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포기해 버리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낮은 곳,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지하 동굴까지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올라갈 준비를, 새로운 '돋움'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저 역시 40대 중반,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일에 휘말려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아니, 빛 한 점 없는 지하 동굴 속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그 절망의 시간을 벗어난 후에도 여전히 바닥을 헤매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욕심내지 않고 다시 천천히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장의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 혼자서 묵묵히 절차를 밟으며 다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인고의 '돋움'을 거친 끝에 저는 다시 명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처음에 제가 꿈꿨던 높은 위치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깊이 감사하고 만족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은 채, 환경과 현실을 탓하며 너무 쉽게 포기하곤 합니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는 잡초나 들꽃을 보십시오.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은 단단한 절망을 뚫고, 그 작은 생명들은 기어코 꽃을 피워냅니다.


희망은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서랍장 위의 세상을 향해 발꿈치를 들어 올려보려는 아이의 작은 '까치발'처럼, 그 간절한 움직임 속에 숨어 있습니다.

도전하고 준비하는 그 순간이 바로, 자신의 인생을 도약시킬 가장 위대한 '돋움'의 시작입니다.



희망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작은 '돋움'에서 시작된다.



https://youtu.be/O9aQXFTbCDY


[이미지 출처] Gemin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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