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말을 걸 때

익숙함 속의 낯설음

by 시절청춘

낯선 온도


매일 보고 생활하는 곳이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이리저리 살핀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공기의 흐름도, 정돈된 화분도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알 수 없는 기분이 내게 말을 건다.


감정이 변한 탓일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걸까.


오늘 나에게 스며든

이 익숙지 않은 느낌 하나는,

어쩌면 네가 없는 빈자리가 만들어낸

서늘하고 낯선 온도일지도 모른다.




익숙한 공간, 낯선 온도에 관하여


매일 잠을 자고 눈을 뜨는 집, 혹은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춰진 익숙한 공간이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다른 곳처럼 낯설게 느껴진 적이 있나요?


어제까지는 분명 편안했던 공기가 오늘은 왠지 모르게 서걱거리는 느낌.

딱히 가구 배치를 바꾼 것도 아니고, 창문을 열어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공간을 두리번거리다 문득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습니다.

그 낯설음의 근원은 공간이 아니라, 바로 제 내면의 온도 변화라는 사실을요.


직장 생활을 예로 들어볼까요.

여느 때처럼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들으며 업무를 시작합니다.

후배들이 찾아와 인사를 건네고, 활기찬 말소리가 오가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그런데 불쑥,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부재에서 오기도 합니다.

늘 재잘대던 후배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곁을 지키던 동료가 떠난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질 때, 익숙했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차가운 낯선 곳으로 변해버립니다.

제가 업무를 하며 사람에게 깊은 정을 주지 않으려 했던 이유도, 어쩌면 이별 뒤에 남겨질 그 낯선 공기와 허전함을 감당하기가 두려워서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낯설음이 '저 자신'에게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저는 가끔 '다이너마이트'가 되곤 했습니다.

평소엔 잘 참다가도, 도화선에 불이 붙듯 한순간에 분노를 폭발시키곤 했죠.

제 스스로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다는 착각, 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터져 나오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를 바라보던 후배들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그들에게 저는 믿고 따르던 선배가 아니라, 전혀 모르는 '낯선 타인'이었을 겁니다.

그 순간 제 주위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고, 저 또한 그 침묵 속에서 철저히 고립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안한 일입니다.

어른답게 조용히 타일러도 될 일을, 스스로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낯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낯선 감정과 분위기는 우리를 평온한 익숙함에서 끄집어내어 낯설음의 한복판에 세워둡니다.

그것은 '사람의 빈자리' 때문일 수도 있고, '내면의 미성숙한 자아'가 튀어나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면, 주위를 둘러보는 대신 마음의 온도를 체크해 보세요.

지금 마음의 창문이 열려 찬 바람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너무 뜨거운 감정이 끓어올라 주위를 태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가끔은 오늘이 낯설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낯설음 또한 스스로의 삶을 지탱해 주는 날씨 중 하나임을 인정하고, 그저 묵묵히 그 온도를 받아들여 보는 건 어떨까요.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풍경이 변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변해서다.



<이문세 - 옛사랑>

https://youtu.be/JG2DqTNr4uA?si=sTn7DZx-hsHrls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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