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냉점(冷點), 그 시린 진실에 대하여

성애 (겨울철 유리창 등에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긴 꽃 모양의 얼음)

by 시절청춘

차가운 얼굴


희미한 풍경 너머

어두운 세상,

그곳엔 나와 너무 다른 온기가 있다


불 꺼진 창을 보며

혹여나 하는 마음에

네 모습 보일까 무심히 서성인다


아무런 감정조차

느낄 수 없이 마비된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손끝의 시린 감촉


너의 이름,

너의 얼굴,

너를 향했던 나의 마음...

그렇게 나는 시려오는 손으로 널 그린다


이 새벽의 집요한 차가움은

너를 향한 내 빈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다




마음의 온도 차이가 만들어낸 성애


살아가면서 가장 아프게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우리는 종종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힘든 순간을 예고 없이 맞이하곤 합니다.

개중에는 외부의 자극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아마도 '사람'에게서 오는 것일 겁니다.


아무리 친밀했던 사이라도 한순간에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하기도 합니다.

가장 흔하고도 아픈 이유는 '배신감'을 느꼈을 때일 것입니다.

누구보다 믿었기에 자신의 치부와 비밀을 모두 털어놓았는데, 어느 날 그 사람이 타인에게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가볍게 떠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심지어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험담을 하고 다닌다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단순한 화를 넘어선, 분노감을 유발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오해'와 '의심'에서 비롯됩니다.

"너에게는 나뿐이어야 해"라는 다소 잘못된 소유욕이나, "내 이야기를 다른 곳에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하면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립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만들어진 오해는 거짓을 진실처럼 둔갑시키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하죠.


"창문에 낀 성애는 내외부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긴다"

자신이 아무리 뜨거운 진심으로 대해도, 상대방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 있다면 그 사이에는 성에가 끼고 시야가 가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온도와 시선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를 수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저 역시 그런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는 진심을 다해 대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는 저를 이용하고 있었거나, 저의 약점인 '역린'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관계들에 거듭 상처받으며, 저는 이제 저에게 해가 되는 관계를 구별하는 눈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제대로 구분을 못하는 편이긴 합니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 필요에 의해 형성된다는 냉정한 현실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자신이 상대를 믿는다고 해서, 상대방도 자기를 100% 믿어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남들의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괜히 좋은 관계에 균열을 낼만한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차가운 새벽, 저는 타인을 향한 원망 대신 저의 행동에 대한 반성을 선택하려 합니다.

그것이 이 시린 관계의 냉점 속에서 저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요.



관계의 온도는 결국, 내 마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같은 시간 속의 너 - 나얼>

https://youtu.be/kuZfp9JMcYA?si=HLZxVKkBiwWT5tPo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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