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꿈을 다시 꺼내다
"꿈을 꾸며 살아야지."
늘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말인데, 정작 내 진짜 꿈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곤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내 집을 갖는 것? 아니면 건강하게 사는 것?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것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절박한 성취욕이었을 뿐, 제 영혼이 진정으로 바라는 '꿈'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인생 전반전을 오직 한 직장에서만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이 제복 입은 삶이 제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듯했습니다.
여기서 무탈하게 버티고 조금 더 높은 직책으로 올라가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꿈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직장이나 가족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저 자신만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나중에 시간 나면 글이나 한 번 써볼까?' 하는 옅은 바람 정도만 품고 있었습니다.
훗날 은퇴하고 나서 저 혼자만의 책을 하나 엮어보면 좋겠다는 소박한 상상이었지, 감히 세상에 이름을 내거는 '작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제 인생 전반전이 참으로 건조하고 재미없게 흘러간 것만 같아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일과 집, 같이 땀 흘리는 동료들 외에는 특별히 가슴 뛰게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그런 쳇바퀴 같은 삶이었습니다.
한때 제 낡은 노트에는 '8억 모으기'라는 목표가 적혀 있었습니다.
왜 하필 8억이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전역 후 살 집 한 채와 노후의 든든한 여유를 갖는 것이 최고의 꿈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것은 꿈이라기보다, 저의 땀방울과 약간의 운이 따라주면 달성할 수 있는 '현실의 과제'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진짜 저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게도 가슴 뛰는 꿈이란 게 있기는 했을까요?
까마득한 어린 시절, 나직한 목소리로 시를 읽어주시던 국어 선생님이 참 좋아서 한때는 국어 선생님을 꿈꿨습니다.
그림 끄적이는 걸 좋아해 만화가를 상상해 본 적도 있었죠.
혼자 끄적이는 낙서를 좋아해 남몰래 짧은 글과 시를 적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펜팔로 편지 주고받는 것을 좋아했었죠.
딱히 거창한 꿈은 아니었어도, 제 마음 깊은 곳에는 늘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자유롭게 글을 써서 드러낼 수도 없었기에, 그마저도 여의찮아 가슴속 가장 깊은 서랍에 자물쇠를 채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전반전이었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저는 여전히 '문장을 만드는 일'을 사랑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몸에 남은 후유증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저는 몸을 쓰는 활동적인 일보다 행정적인 업무에 깊이 몰두하며 문장을 매만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제게는 아주 편안한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전반전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무렵부터는 후배들에게 차가운 말 대신 따뜻한 글귀로 마음을 전하곤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말로 할 때보다 글로 적어 보낼 때 제 진심과 감정이 더 깊이 가닿았고, 후배들 역시 그 문장들에 기대어 위로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날은 시(詩)처럼, 어떤 날은 짧은 단상이나 에세이처럼 전해지던 그 글들.
어쩌면 그때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흩어지는 말보다 활자로 남은 글이 사람의 마음에 더 깊고 오래 각인된다는 사실을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블로그'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가입하고 매일같이 일기장 쓰듯 낙서 같은 글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주제도 목적도 없이 그저 묵혀둔 일상과 생각들을 활자로 풀어냈습니다.
책 속의 좋은 글을 필사하고 시를 분석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 마음대로 창작시'가 탄생했습니다.
내친김에 글쓰기의 문턱이 높다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삼수 끝에 당당히 합격해 지금까지 부지런히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글은 저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작가분들의 북토크에도 참석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책도 출간했습니다.
비록 단독 출간은 아닌 "내가 그리울 땐 빛의 뒤편으로 와요"라는 공저 시집이었지만, 처음으로 출판사와 계약서에 사인도 해보고 제 이름 석 자가 적힌 책을 세상에 내보내는 벅찬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오롯이 제 이름만 적힐 단독 시집 출간을 위해 틈틈이 시를 수정하며 가다듬고 있습니다.
인생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시작하는 첫 축포로 이 책을 세상에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까맣게 잊고 지냈던 꿈을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기적처럼 되찾았습니다.
가슴 깊숙이 웅크려 있던 꿈이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것입니다.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어도, 저는 이 꿈을 계속 이어갈 든든한 발판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잊고 살았던 꿈을 되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삶은 매일 아침 눈부시게 빛납니다.
이 글들을 차곡차곡 모아 앞으로도 계속 저의 이름으로 된 에세이를 출간할 수 있다면, 인생 후반전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이것이 금전적으로는 당장 큰 도움이 안 될지언정, 저만의 꿈을 좇아 계속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저의 가슴을 한없이 뛰게 만듭니다.
혹시나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마음속 깊은 서랍에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분이 있다면, 결코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언제든 서랍을 열고 다시 시작하기만 한다면, 꿈은 반드시 응답한다는 사실을요.
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꺼내지 않았을 뿐이다.
《조용필 - 꿈》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