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나만의 지도를 그리다

자유는 설렘이면서도 책임이었다

by 시절청춘

군인이라는 직업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통제가 심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보다 유사시에 나라를 위해 쓰여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평상시에도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반납하고 통제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곳입니다.


물론 지금의 군대는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자유로워졌습니다.

제가 처음 군 생활을 시작했던 36년 전의 풍경을 떠올려 보면, 일과 후 내무반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타를 치거나 장기와 바둑을 두고, 선임들 눈치를 보며 숨죽여 지내는 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가족과의 연락도 며칠씩 걸리는 편지나, 길게 줄을 서서 겨우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유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게다가 병사들의 복무 기간이 무려 3년이나 되었으니, 인생의 가장 찬란한 청춘을 통제 속에서 길게 갇혀 보내야 했습니다.


각종 부조리가 난무하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그 꽉 막힌 통제 속에서 나름의 숨통과 재미를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외출이나 휴가를 나가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쏘다니고, 과한 음주로 심심찮게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휴일에 멀리 나가봤자 시내버스를 타고 근교를 도는 정도였는데도 그 작은 일탈이 어찌나 달콤했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병사들도 휴대전화를 쓰고, 간부들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등 개인의 자유에 대해 훨씬 관대해진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유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지킬 것은 지키며 누리는 것'이 진짜 자유라고 굳게 믿습니다.

공동체의 규율은 무시한 채 무조건 개인의 권리만 내세우며 자유를 외친다면, 차라리 군복을 벗고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위계질서가 강한 환경에서 배워서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향 탓인지 위에서 지시하는 일은 군말 없이 곧잘 따르는 편이었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만 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제 신조였으니까요.

어쩌면 무한한 자유보다, 적당한 통제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제게는 더 편안하고 익숙했습니다.

군인이라는 직업이 제게 천직이었던 셈입니다.


지금도 저는 정해진 규정이나 규율을 어기는 것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도 그 사람이 얼마나 규칙을 잘 지키며 생활하느냐를 우선으로 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유'를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그저 누군가의 간섭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통제와 간섭만 없다면 군 생활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가볍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이제 저는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제 마음대로 길을 정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온전한 '선택의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전반전이 꽉 짜인 틀에 박힌 생활이었다면, 후반전은 백지 위에서 제가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무한히 넓어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들뜨고 설렙니다.
하지만 이 자유가 생각만큼 가볍거나 만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가지 수가 많아진 만큼, '과연 이 길이 올바른 길인가?' 하는 망설임과 두려움도 눈덩이처럼 함께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인생 후반전을 열 새로운 직업부터, 어디에 정착해야 할지까지, 모든 결정을 오롯이 제 손으로 해야 하니 매 순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전반전에는 이미 누군가 정해준 룰과 방향이 있었습니다.

설령 그 길이 가시밭길이었다 해도, 조직이 가리킨 방향이었기에 개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오직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 위를 걸어야 합니다.


이제 잘되어도 온전히 제 선택 덕분이고,
실패해도 핑계 댈 곳 없이 온전히 제 책임이 될 것입니다.


그 서늘한 사실이 때로는 저를 두렵게 만듭니다.
자유란 단순히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는 가벼운 깃털이 아닙니다.

제 선택의 결과를 끝까지 책임지게 만드는 무거운 왕관이자, 어깨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바위입니다.

자유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한 설렘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뼈아픈 순간들이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인생 후반전의 출발선에 선 지금, 저는 이 묵직한 자유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은 두렵고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자유를 기꺼이 안고 저만의 후반전을 치열하게 설계하려 합니다.

어차피 제 삶을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면, 제가 선택하고 제가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 가장 '나다운 삶'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위해, 저는 지금부터 자유의 진정한 무게를 견디는 법을 배우려 합니다.



누군가 그려준 안전한 지도를 찢어버리고, 온전히 내 책임으로 가시밭길을 개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황규영 - 나는 문제없이》

https://youtu.be/23SMp-0Xo8I?si=MWpE9wL94M2eWEGT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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