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 사이에 서 있다
서로 다른 두 공간을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선, 우리는 그것을 경계라 부릅니다.
저는 지금 36년이라는 길고 길었던 인생 전반전과, 새롭게 펼쳐질 인생 후반전을 가르는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습니다.
저의 인생 전반전은 제게 부여된 운명 같은 직업 속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짧게 마무리하려 시작했던 일이, 어느덧 훌쩍 자라 제 삶의 전반전 전체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끝까지 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이 승리자"라고 말합니다.
가늘고 길게라도 끝까지 가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는 것이죠.
겉보기엔 저 역시 그저 무탈하게 버티며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저는 그 누구보다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왔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독한 오기로, 어떤 순간에는 모든 것을 거는 모험으로, 또 어떤 때는 나를 믿어주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고 그 모든 고비를 이겨냈습니다.
남들에게 지는 것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노력했고, 제가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뒤처지는 동료들을 챙기려 애썼습니다.
지금은 후배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강압적이고 꼰대 같은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라고 어찌 모든 사람의 마음에 100% 드는 완벽한 선배였겠습니까.
그럼에도 제 진심을 알아주고 기꺼이 따라주는 청춘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떠난 뒤에도 저를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오는 후배들이 있다면 "그래도 내 전반전, 참 잘 살아왔구나" 하고 가만히 스스로를 다독여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그 단단했던 껍질을 깨고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 첫 번째 여정은 아마도 제 이름 세 글자가 온전히 박힌 단독 시집의 출간이 될 것입니다.
공저 시집을 낸 경험이 있지만, 오롯이 나의 언어로 엮어낸 시집을 열심히 다듬고 편집하며 스스로의 후반전을 축하하는 첫 축포를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고민만 하던 것들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성향과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살려 행정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이미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기 위한 준비와 실습 과정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과거에 제 몸의 통증을 견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행정 업무가, 이렇듯 제 인생 후반전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최고의 무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인생에 버릴 경험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새삼 와닿습니다.
아마 후반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글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에세이 출간'의 꿈도 반드시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비록 지금은 브런치에 서툰 글들을 하나둘 정리하며 모아가는 낯선 초보자일 뿐이지만, 욕심을 버리고 묵묵히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일과 행복을 동시에 쥐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경계선에 서 있다고 해서 조금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맞이할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제게 주어진 역할이 달라진다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라는 사람의 본질입니다.
제가 가진 가치관, 일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 그리고 따뜻한 진심. 이것들만 변하지 않는다면, 저의 후반전은 분명 눈부시게 행복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 이제 내일의 자신을 향해 힘차게 선을 넘을 시간입니다.
인생의 경계선에서 바뀌는 것은 삶의 무대일 뿐, 그 무대를 채우는 '나'라는 사람의 단단한 진심과 태도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하현우(국카스텐) - 민물장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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