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 "잘하지 못해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잘하지 못해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이 문장을 마음속으로 수십 번 되뇌고도 끝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주저앉았던 순간들이 제게도 참 많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무언가를 시도하려 할 때면 으레 두려움이 앞섰고, 막상 발을 떼려 하면 머릿속은 온갖 복잡한 생각들로 엉켜버리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그 두려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해도 될까?',
'지금 해서 남들만큼 잘할 수 있을까?',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망신당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핑계를 방패 삼아 숨다 보면, 어느새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귀한 하루를 또 흘려보내곤 합니다.
어쩌면 누구보다 서둘러야 했을 인생 후반전의 준비를 그토록 미적거렸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입니다.
마음속으로는 늘 조급해하면서도 겉으로는 그저 준비하는 시늉만 냈던 것이지요.
사실 제가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 '실패라는 결과'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서툰 제 모습, 어색한 시작, 그리고 그런 저를 바라볼 타인의 시선.
즉, 완벽하지 못한 저 자신을 직면하는 일이 가장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알량한 자존심과 기우들이 저를 조용히 제자리에 주저앉혔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세상에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해내는 걷고, 말하고, 글을 쓰는 일조차 처음에는 모두 위태롭고 서툴렀습니다.
그럼에도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기어코 멈추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아직 덜 준비되었어도, 그저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뻗어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인생 후반전의 문턱에 선 지금에야 저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가로막고 있던 것은 환경의 탓도, 시간의 부족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제 마음속에 굳건히 세워둔 오만한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무거운 압박감들이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의 싹을 짓누르고 있었던 겁니다.
그 오만한 기준 탓에 굴러들어 온 황금 같은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린 적도 있습니다.
예전에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선발 직위를 모집했던 적이 있습니다.
선발만 되면 유럽의 한 국가에서 6개월간 가족과 함께 머물며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기회였습니다.
과거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담당자에게 조용히 제 선발 가능성을 물었을 때, 그는 "기본적인 토익 점수만 받아오면 100% 선발될 수 있다"며 확답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전 기술 체계에서 1년 정도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직무 자체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제가 꾹 참고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면, 지금쯤 저는 전혀 다른 풍경 속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도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간다고 큰소리쳤다가 토익 점수가 안 나와서 떨어지면 얼마나 창피할까' 하는 바보 같은 두려움이 제 발목을 꽉 잡았던 것입니다.
일단 부딪혀보고 시작이라도 해보았다면 참 많은 것이 달라졌을 텐데 말입니다.
그때의 뼈아픈 후회를 거울삼아, 저는 오늘 스스로 채워둔 '완벽함'이라는 족쇄와 '타인의 시선'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남들 보기에 몹시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단한 결과가 아니라, 제가 제 의지로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니까요.
어쩌면 시도라는 것은 무언가를 거창하게 이루기 위한 결과 지향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저 저 스스로를 한번 믿어보기로 하는 가장 다정한 첫 번째 선택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가올 시간들을 준비하는 요즘, 저는 그동안 두려워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나둘 조용히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시도들이 어떤 화려한 결과로 돌아올지, 혹은 겉보기엔 아무런 의미 없이 끝날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주 작게라도 일단 발을 내디뎌 본다면, 적어도 토익 점수가 무서워 유럽행을 포기했던 그때처럼 깊은 후회로 밤잠을 설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그냥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
이것이 제 인생 후반전을 이끌어갈 새로운 행동 강령입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이란 없다. 서투르고 어색할지라도 '나를 믿고 내딛는 첫걸음'만이 후회 없는 내일을 만든다.
《시작 - 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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