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과 맞닿아 있기에

시작과 끝

by 시절청춘

흔들리며 뿌리내리는 마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은 듯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은
앙상한 나뭇가지
그 끝에 매달린 여린 새싹처럼
그렇게 조심스레 피어난다.


마음은
가끔 내 다짐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슬며시 시선을 돌리곤 한다.


마음은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날리는
가벼운 나뭇잎들처럼
그냥 그렇게 속절없이 흔들린다.


그래도 나의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나무처럼
오늘도 묵묵히 세상을 바라본다.




36년의 끝자락, 온전한 '우리'로 다시 시작하는 시간


오늘 문득 달력을 바라보며, 세상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실감합니다.

1990년, 여름이 시작되던 햇살을 온몸으로 흠뻑 느끼며 훈련소에 섰던 그날의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제 삶의 시계는 2026년이라는 명확한 '끝'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36년.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군복은 단순한 옷을 넘어 제 삶의 피부와도 같았습니다.

막상 그 익숙하고 단단한 껍질을 벗어야 할 때가 다가오니, 솔직한 제 마음은 오늘 적은 시의 첫 구절처럼 '아직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은 듯'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회라는 낯선 바람 앞에서, 저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두려움과 아쉬움에 자꾸만 시선을 뒤로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겨울나무가 잎을 다 떨구었다고 해서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앙상한 가지 끝에서 기어코 새싹을 밀어 올리듯, 서른여섯 해의 익숙한 생활이 끝나는 지금은 저의 새로운 정체성이 움트는 찬란한 시작점입니다.

명령과 규율 속에 스스로를 절제하며 살아왔던 전반전을 뒤로하고, 저는 이제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6년의 긴 여정을 갈무리하며 세상에 내어놓을 저의 시집을 엮어가는 지금 이 순간이 제게는 앙상한 가지 끝에 돋아나는 연초록 새싹과도 같습니다.


딱딱한 전투화 대신 부드러운 펜을 쥐고, 날 선 지시 대신 제 마음의 온기를 담은 시를 세상에 건네려 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하늘만 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제 안의 깊은 감수성을 마음껏 펼쳐낼 두 번째 청춘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후반전에는 또 다른 가슴 벅찬 시작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온 가족이 온전히 한 공간에 머물며 생활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이어졌던 아내와의 주말부부 생활도, 아들의 학업과 타지 생활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삶을 지켜내느라 떨어져 지낸 시간이 다소 길었지만, 제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비로소 한 지붕 아래 모이려 합니다.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해 나아갈 새로운 여정 곁에,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함께할 것입니다.

인생 전반전의 시간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했기에 끝을 맺는다는 것이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끝을 맺는다는 것은 참으로 서운하고 때론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낡은 문이 닫혀야만 새로운 문이 열리듯, 그 끝이 있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일상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제 마음은 또 이리저리 흔들리겠지요.

하지만 지난 36년의 세월이 제게 만들어준 깊고 단단한 뿌리가 있기에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묵묵히 이 자리에서, 다가올 저의 눈부신 '시절 청춘'을 벅찬 마음으로 맞이하겠습니다



끝은 마침표가 아니라, 다음 문장을 쓰기 위해 잠시 펜을 떼는 쉼표일 뿐이다.


《김동률- 다시 시작해 보자》

https://youtu.be/GGRCANqf57U?si=UpKQlDoPDN_g6MEJ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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