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내려놓는 연습

나쁜 습관과의 이별

by 시절청춘

익숙함의 무게


자연스러운 일상,

애쓰지 않아도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하루.


사소한 것 하나도

정해진 궤도 그대로

느끼고 움직이는 나날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나의 또 다른 습관.


그 반복되는 관성 속에

길들여져 있던 나,

이제는 그 무거운 익숙함마저

조용히 멀리 떠나보내려 한다.




30년의 담배, 그리고 36년의 책임감을 내려놓으며


오랜 시간 몸에 밴 익숙한 것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하던 행동을 갑자기 멈추게 되면 온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며 예민해지기 일쑤죠.

단 1년의 짧은 습관도 바꾸기가 어려운데, 수십 년을 이어온 것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사람은 아주 대단한 결심을 하거나, 충격받는 계기를 만나야만 비로소 변하기 시작합니다.


제게도 그런 지독한 습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군 입대와 함께 시작되어 30년 가까이 이어졌던 '담배'입니다.

결혼하면 끊겠다, 아이가 태어나면 끊겠다, 수많은 다짐과 이유를 만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비겁한 핑계였습니다.

하루에 두 갑 이상을 태우며 제 몸과 주변에 남는 찌든 냄새를 알면서도 그 지독한 연기를 쉽게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3년 8월, 마침내 저는 그 오랜 습관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서 시작된 나쁜 습관은, 전역하시면서 이곳에 다 놓고 가십시오." 한 간호장교의 뼈 있는 한마디와 후배의 반강제적인 응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금연이라는 단어 대신, 저는 '잠시 멈췄다'는 표현을 씁니다.

지금은 담배 냄새만 맡아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여전히 가끔씩 "딱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끈질긴 유혹이 스치곤 하니까요.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나쁜 습관과 멀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몸이 편안함을 느끼는 익숙한 습관일수록 떼어내기가 참으로 고통스럽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웁니다.


결국 인생은 어떤 습관을 선택하고, 어떤 일상을 채워가느냐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인생 후반전을 앞둔 지금, 저는 물리적인 습관뿐만 아니라 '마음의 습관'도 하나씩 바꿔가야 할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36년간 부사관으로 맡은 직책에 따라, 부대와 후배, 그리고 병사들을 살뜰히 챙기던 그 지독한 '책임감'이라는 습관 말입니다.


"이제는 다 내려놓겠다"라고 다짐하면서도, 저는 여전히 후배들에게 안부를 묻고 부대 걱정을 달고 삽니다.

어제 아팠던 아이는 상태가 좀 괜찮은지, 오늘 병원 진료는 잘 받고 왔는지 노심초사하는 저를 보며 한 후배가 뼈 있는 농담을 던지더군요.


"선배님, 이제 다 내려놓으신다고 했으면 주말에는 부대 생각 마시고 좀 쉬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정곡을 찌르는 말에 저도 모르게 허허 웃음이 났습니다.

머리로는 백번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평생을 품어온 다정한 습관을 무 자르듯 완전히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저는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칼로 도려내듯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던 손에 조금씩 힘을 빼며 '부드럽게 내려놓는 법'을 연습해 보려 합니다.

군복을 벗는 그 마지막 날까지 제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되, 굳이 얼굴 붉히며 마음의 짐을 무겁게 지지는 않는 것.

그 정도의 여유라면 인생 2막을 맞이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저는 익숙하지만 무거운 습관 하나를 이 평온한 주말의 공기 속에 조용히 내려놓아 봅니다.



가장 강한 결단은 이 악물고 무언가를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던 것을 부드럽게 놓아주는 여유에서 완성된다.



《이적 - 걱정 말아요 그대》

https://youtu.be/Dic27EnDDls?si=DKlkTwnd859vlszJ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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