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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Jan 12. 2022

제주도 5박 6일 여행 그 후

여행도 여행으로 잊혀질까

사랑은 사랑으로 잊혀진다는데(나는 아니야, 자기) 여행도 여행으로 잊혀질까를 실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일 여행을 취소한 마음을 달래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였다. 제주도 방문은 본의 아니게 '15년도가 마지막이어서 이번 여행에 거는 기대감이 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제주도 5박 6일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지 며칠. 여행은 본디 떠나기 전의 기대감이 절반이라기는 하지만, 이번 여행은 유난히 날씨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제주도는 파란 여름 하늘을 기대하고 떠났지만, 예년에 비해 길어진 장마에 줄곧 제주도의 회색 하늘만 보다가 온 것 같다. (도착 첫날 본 협재해수욕장에서의 하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파란 하늘이었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고나면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다. 여행지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뒤로한 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이. 그때의 기분이 묘하다. 나의 마음은 아직도 여행지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몸은 일터에 와있다. 여운과 들뜬 마음을 애써 누르고 업무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몸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자유의 기분은 금세 잃어버리지만, 정신없이 보낸 일과 뒤에 잠시 얻는 자유의 시간에 문득문득 여행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인 것 같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되는 것이.

사랑은 사랑으로 잊혀진다는데 여행도 여행으로 잊혀질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준비했던 하나의 여행이 끝나고 그 여행에서의 감흥을 잊지 못해 다음 여행을 또다시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이쯤 되면 여행도 중독인 것인가.) 오히려 잊혀지기보다는 그 다음으로 이어지게 하는 연결고리라는 것이 맞겠다. 한번 다녀오고나면 더욱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커진다.
여행이 끝나면 겉으로 보기에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지만, 내면은 알게 모르게 그 이전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미세하게 변화된 자신의 내면이 마음에 들 때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날씨 생각하면 아쉽긴 하였지만, 국내에도 아름다운 여행지가 곳곳에 있음을 알게 된 성과가 있었다. 5박 6일 국내 여행이면 꽤 긴 일정이어서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운전을 도맡아준 고마운 나의 동반자는 그래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긴 했나보다. 묵묵히 따라와준 데에 감사함을 느끼며, 날 좋은 가을이나 겨울에 금토일 2박 3일로 가볍게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그땐 못다 이룬 한라산 등반을 해내야겠다.



벌써부터 다음 여행을 생각하게 되는 것을 보면 아마 여행중독은 맞는 것 같다.



-2020.7.20. 작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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