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그날 밤,
지연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던 부모님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야만 했다.
“팔과 다리에 약간의 찰과상은 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진료기록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통보가 됩니다.
차후에 연락이 올 거예요.”
“아… 그래요.”
한경사는 의사에게 인사를 나누고,
지연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우선 안정을 취하세요. 그리고 내일 경찰서로 오셔야 합니다.
괜찮으시죠?”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지연.
“네…”
지연은 낯선 분위기 속에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때, 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한명진 경사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그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성함과 나이를 알려주시겠어요?”
“양지연, 스물여덟입니다.”
한경 사는 화면을 넘기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주소: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다세대 298번지 B102호
출생지: 불명
보호 이력: 천사보육원 보호 중 → 입양됨
그 문구를 본 한경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그 역시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그곳—천사보육원—에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23년 전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리아 수녀님, 루시아 수녀님,
그리고 늘 조용히 웃던 한 여자아이.
그 이름이... 혹시...
“양지연 씨, 천사보육원 출신이세요?”
지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것까지... 꼭 말해야 하나요?”
“아, 아닙니다. 죄송해요.
너무 반가워서... 그만 큰소리로 말했네요.”
한경사는 미소를 지으며 지연을 바라봤다.
그때, 지연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
눈앞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했다.
가슴이 벅차오르며 숨이 막히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명진 오빠…?”
그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던 날 명진은 울면서 말했다.
“지연아, 나 꼭 편지할게.
우리 성인이 되면 다시 만나자.
꼭, 꼭 널 찾으러 올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