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카페

13화 취업...

사진 속 그녀의 생긋거리는 미소를 볼 때면

찬호는 밀려드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별 뒤 찾아온 공허함과 죄책감이 뒤섞이며,

그녀를 떠나보냈던 자신을 원망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떠나간 그곳으로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곳에서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단 하나의 희망을 품고,

나는 결국 그 길을 따라 가보지만....


찬호는 명문대를 졸업한 뒤

청년 벤처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이름은 이미 업계에서

신뢰받는 젊은 CEO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찬호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모집 공고

직원 및 재택근무자 모집

나이·성별·학력 제한 없음

함께 일할 참신한 사람을 기다립니다. 무한콘텐츠 이찬호


그 공고를 본 지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이력서를 보냈다.


며칠 뒤, 휴대폰으로 ‘1차 합격’ 문자가 도착했다.

순간, 지연의 눈가에 작은 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친구는 없었다.


2년 전, 갑작스러운 폭우와 홍수로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잃었다

그 이후.....

그녀의 세상은 멈춰버렸다


부모님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지연은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며

다니던 대학도 포기했다.


울다 지쳐 잠들고,

깨어나면 또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럴 때면

엄마 아빠가 힘들 때마다 둘러앉아한 잔씩

하던 포도주가 생각이나 마셔봤다

슬플 때, 외로울 때,

한 잔이면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위안은 잠시뿐이었다.

하루, 이틀, 몇 달이 지나자

술은 친구가 아니라 또 다른 감옥이 이었다


술 없이 버틸 수 없게 되었고,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어느 날 밤,

지연은 컴퓨터 속 오래된 사진 폴더를 열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웃던 사진들.

그 한 장 한 장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가에는 또 눈물이 고였다.


그리움을 달래려 술잔을 채우고,

그러다 잠이 드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따스한 햇살이 골목길을 비추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타고

살랑살랑 잎사귀를 흔드며 지연이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

지연은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현관문을 열자,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에는

엄마 아빠가 케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어서 와, 우리 딸! 생일 축하해!”


지연은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품에 안겨 흐느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엄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우리 딸, 잘 자라줘서 고마워.

공부 꼭 마치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하렴.”

아빠도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아빠는 널 믿는다.”


그 순간,

지연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였다.


하지만—

눈을 뜬 그녀는 침대 위에 홀로 누워 있었다.

너무나 생생해서,

아직도 엄마 아빠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내 꿈을 믿는다고 하셨어…”

지연은 속삭였다.

“그래, 나도 다시 시작해야 해.”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다시 휴학했던 대학에 등록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전공이 디지털콘텐츠학과라,

이번 공모전은 왠지 자신과 맞닿아 있는 듯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원서를 냈던 것이다


며칠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무한켄테츠 총무과입니다. 양지연 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그 한마디에 숨이 멎는 듯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잠시의 기대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현재 사무실 정원이 모두 찬 상태라,

지연 씨는 재택사원으로 우선 근무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추후 일정과 세부 사항은 메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연의 손끝이 떨려왔다

기쁨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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