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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카페

10화 기억 속으로

작은 소리에 놀라 눈을 뜬 지연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하얀 얼굴에 깊고 파란 눈을 가진 루시아 수녀가 다가와 부드럽게 물었다.

괜찮니, 아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던 지연이는 눈만 껌벅이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입을 떼려 했지만,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놀란 마음과 낯선 환경에 몸이 굳어버린 탓이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또래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수녀를 바라보았다.

“수녀님, 저 친구는 말을 못 하나요?”

“아니야, 명진아. 지금은 놀라서 그런 거야.”

수녀의 따뜻한 대답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모았다.


“우리 모두 지연이가 빨리 좋아지길 기도하자.”

“네, 수녀님!”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성모 마리아 님,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 작고 예쁜 아이 곁에 계시어

포근한 품으로 안아주시고,

두려운 밤에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소서.”




천사보육원은 막다른 골목 끝,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엔 작은 성당이 있었고, 그 옆의 허름한 집 한 채가 아이들의 보금자리였다.


“얘들아, 우리 언덕에 가서 놀자!”

명진이의 외침에 아이들이 “알았어, 대장!” 하고 따라나섰다.


우거진 숲길을 지나자,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작은 언덕이 나타났다.

그곳은 아이들만의 비밀 아지트이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놀이터였다.


“지연아, 여기가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

언덕 위에 올라서자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수평선 너머로는 하얀 돛단배가 떠 있었고, 갈매기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고 있었다.


살며시 불어오는 햇살 바람이 지연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순간, 마음속의 두려움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어때, 좋지?”

명진이와 친구들이 웃으며 외쳤다.

“지연이를 우리 일원으로 임명하노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언덕 위 하늘로 흩어졌다.

지연이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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