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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카페

8화 창수의 그날...

하얀 모래사장을 뛰어가던 아리가 소리쳤다.
“아빠, 여기 신기한 게 있어요! 빨리 와봐요!”

썰물에 밀려온 조개껍데기를 보며 아리 연신 예쁘다고 흥얼거렸다.
창수는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면~”

수연도 장단을 맞췄다.
“그래, 아리야. 엄마가 모아 목걸이 만들어줄게.”
“진짜요? 너무 좋아요!” 아린 환하게 웃었다.

그때 창수가 과자를 하나 쥐여주며 말했다.
“아리야, 이거 손에 잠깐 들고 있어 봐.”
“왜요?”
“잠시면 돼.”

순간,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아리 손의 새우깡을 낚아챘다.
놀란 아리는 신기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창수는 아리를 품에 안고 달랬다.
“괜찮아, 우리가 갈매기한테 먹이를 준 거야. 신기하지? 무서워하지 마.”

수연은 일부러 과자를 들고 갈매기에게 던졌다.
“아리야, 이렇게 하는 거야.”
갈매기가 낙하하는 과자를 낚아채자, 아리도 금세 밝은 얼굴로 과자를 하늘로 던졌다.
이번엔 과자가 곧장 갈매기 입속으로 들어갔다.

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수평선 너머 작은 섬, 포말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고깃배.
뭉게구름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바다를 은빛으로 반짝였다.

“아리야, 이리 와. 아빠가 목마 태워줄게!”
창수는 아리를 어깨에 올리고, 하얀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겼다.
한 손으로는 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여보, 사랑해. 당신이 있어 행복해.” 수연의 미소 섞인 고백이 이어졌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창수의 어깨가 수많은 감정으로 흔들렸다.
‘미안해… 수연아, 아리야. 그날 갓길에 차를 세우지 말고 당신 말대로 휴게소에 들어갔더라면…
우리 가족은 안전하게 즐거운 여행을 했을 텐데.
내 욕심에, 빨리 바다를 보여주고 싶단 마음에… 정말 미안해.’

손끝에 전해오는 낯선 느낌. 창수는 눈을 번쩍 떴다.
“아… 여기가 바다가 아니라 병원이구나.”

그는 딸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창수는 조심스레 아리를 살펴보았다.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

옆 테이블에 놓인 물을 마시려 손을 뻗는 순간,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엄....마

분명 아리의 목소리였다.
창수가 고개를 돌리자, 딸은 미간을 찌푸리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아빠 여기 있어, 아리야.”
창수는 두 손으로 아리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붉어진 두 눈에 연신 뜨거운 눈물이 흘려 내렸다
우리 아리 돌아와져서 고마워 아.....빠 너없이는 살수 없어

정말 고마워 사랑해 아리야

.

.

.

.

비치파라솔안 썬글라스를 쓰고 앉아

창수가족의 행복한 일상을 말없이 지켜보던

정윤은 옅은 미소를 지우며 틈사이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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