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초대장
그날 저녁
아리의 잠든 모습을 보며 안도와 미안함이 함께 밀려왔다.
아리의 손을 꼭 잡은 채 얼굴을 묻고 잠시 그렇게 잠이 들었다.
순간, 몸이 어디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낯선 골목길이 나오고 차가운 밤공기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위가
밀려왔다. 내 몸을 보니 여름옷차림이었다. 한참을 골목길을 걷다가 주변을 보니
문 닫은 상가들만 보이고 쓸쓸한 겨울 거리처럼 나무들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고
거리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만이 창수를 반기듯 냉기만을 뿜에 냈다.
바짝 얼어붙은 창수의 시선을 끈 것은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 하나.
마치 나를 안내하듯 점점 밝아져 왔다.
불빛을 따라 정신없이 걸어가니 오래된 나무문이 나오고, 지워져 가는
간판에 ‘틈’이라 글자가 쓰여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무문을 바라보다 “이거 뭐지, 왜 날 이곳에 데려온 거지?”
문을 밀어보니 꼼짝도 않고,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때 낡은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문이 요동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나직한 목소리가 들리고 요철 같았던 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뭐야? 당신 누구야… 여긴 또 뭐야?”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이 안 되는 정윤, 나직 막하게…
“여긴… 틈입니다.
잊힌 기억과 멈춘 기억 사이에 있죠.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열린 작은 틈입니다.”
“그딴 시 같지도 않은 말 집어치워.
난… 내가 왜 여기 왔는지도 모르겠고,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 순간,
카페 안의 찻잔에서 김이 올라오고
창수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렸다.
차 안에서 필사적으로 아리를 안고 마지막
나를 보던 수연의 아련한 눈빛이
스크린에 재생되며 창수는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두 눈을 감아 버린다.
“당신은… 너무 아팠기에
기억을 잠근 채 살아온 겁니다.”
진짜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보게 될 것입니다.
무릎을 꿇고, 마른 숨을 몰아쉬며 창수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이곳은 시간을 잃은 자들이
잠시 멈춰 쉬어가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진짜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기회의 문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