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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Dec 07. 2023

셔틀 하차

마지막 등교

종강일이다. 아침 8시 30분 오송역 앞에서 늘 타던 셔틀버스를 탔다. 파견 기간에 타는 마지막 셔틀버스다. 이제 이 시간에 이 버스를 탈 일은 아마 없을거다. 늘 셔틀을 함께 타던 동생과도 이별이다. 그래도 함께 마지막 셔틀에서 내렸다.


먼 출근길 아니 등교길을 다니며 나름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냈다. 집과 학교를 오갈려면 버스, 지하철, KTX, 셔틀을 차례로 이용해야 한다.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시간보다 어찌보면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글을 읽고 쓰고 때론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했지만 운동 좀 하려고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기도 하면서 나름 알찬 시간을 보냈다. 길 위에 버려진 시간을 어떻게든 주워 담으려 애를 썼다. 2년의 파견 기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짧든 길든 간에 글을 100편을 써냈다. 쓸모있는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쓰면서 행복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서야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것이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록은 생각과 시간을 붙들어매주었다.


파견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수업은 지도교수님의 수업이었다. 수업 과제 글을 낭독했고 사랑에 대한 소고를 나누었다. 함께 수업듣는 사람들을 서로 칭찬하는 시간도 가졌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내 칭찬을 많이 해주었는데 주로 관계적인 부분이었다. 3학기째 기숙사에 살면서 아이들을 많이 챙겨줬는데 그게 헛일은 아니었나보다.


수업이 끝나갈 때쯤에는 살짝 쓸쓸함, 공허함, 허전함같은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결혼한 이후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2년간 누렸던 시간, 공간, 관계를 정리해야 할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기억 속에 차곡 차곡 넣어둬야지. 미래를 살아갈 자양분이 될거다.


점심 회식. 곱창전골과 두부보쌈. 맥주. 커피.

고전독서동아리 시상식 참가.

학부생 논술 채점.

끝났다. 복잡한 감정은 시로.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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