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을 3번이나 바꿨습니다.

내 칠판은 아닙니다.

by 서울체육샘

나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사용하는 전자기기가 고장이 난다거나 사용하는 물건이 파손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심지어 신발도 바닥을 제외하고는 몇 년이 지난 신발도 깨끗하게 신고 다닌다. 바닥이 경화되거나 다 닳았을 경우에 어쩔 수 없이 버린다. 아내와 커플로 샀던 신발이며 옷, 물품들을 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버릴 만한 물건도 다시 보고 쓸 때가 과연 정말 없는지 고민한다.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이 없고 그것들이 기능을 한다면 계쏙 쓰는게 좋다는 주의이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다보면 쓸만한 것들을 아예 바꿔야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사무 가구부터 학생들 책걸상, 사물함 등이 대표적이고 짜잘한 것들 까지 생각해보면 꽤 많다. 바꾸는 주기가 있다고는 하는데 물품마다 기준이 다르고 기준이 있어도 경우에 따라서 달랐다. 이쯤되면 기준이 없는거지.

한 학교에 6년을 근무했다. 서울 공립학교는 5년이면 근무학교를 옮겨야 하지만 옮겨야 할 이유를 못 느껴 1년 더 있었다. 공부를 하러 잠시 학교를 떠나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아직 적도 남아있다. 어지간하면 근무한 곳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그런 면에서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바꾸는 재주가 없다는 말은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칠판을 3번 바꿨다. 전 교실 칠판을. 2년에 한 번 꼴로 바꾼거다. 멀쩡한 보도 블럭을 깨부수고 새로 깐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멀쩡한 칠판이었고 좋은 칠판이었다. 칠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칠판을 바꾸면 또 바뀌는 것이 있는데 분필이다. 요즘은 칠판에 따라 쓸 수 있는 종류의 필기구가 제한되어있다. 칠판에 따라 분필의 종류도 여러개고 물백묵을 쓰는 경우도 있고 보드마카를 써야하는 칠판도 있다. 문제는 그걸 여유있게 사두었다는거다. 난감하다.

누가 멀쩡한 칠판을 바꿨냐고 하면 이야기가 복잡하다. 멀쩡한 보도블럭은 도데체 누가 바꾸는가와 일맥이 상통한다. 이쯤되면 나라에 돈이 없는게 아니고 도둑놈이 많은 것이 맞다. 꼭 뭘 훔쳐야 도둑이 아니다. 그런데 이 도둑질을 그만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교무실의 책상도 선배 선생님의 담뱃불 자국이 남아있는 그런 뭐 클래식한 책상을 쓰더라도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책상으로서의 기능만 한다면 운치있게 일할 자신이 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의자는 좀 좋아야겠지?

적절한 때에 써야할 곳에 세금이 쓰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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