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교육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찾다'를 읽고
교육에서 교사가 각 과목을 내실 있게 지도하고 또 학생들이 이를 배우고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썩 괜찮은’ 일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살면서 봉착하는 여러 문제를 어느 한 면만 보고 해결하기에 부족한 시점이 찾아왔다. 최근 인류가 직면한 문제(기후, 질병, 사회, 경제 등)들은 어느 한 분야의 지식으로만 풀기에 그 복잡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썩 괜찮은 정도의 교육으로 이런 중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 충분할까?
미래 교육의 답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여러 분야를 융합한 교육 설계, 즉 융합 교육은 ‘썩 괜찮은’ 정도를 넘어 ‘참 괜찮은’ 교육이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걸 하려면 ‘썩 귀찮은’ 과정들을 겪어야 한다.
우선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문제 인식’이라는 것이 생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그 문제가 특정 국가나 영역, 집단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혼자 해결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첫 번째는 문제에 대한 인식, 두 번째는 융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합쳐야 하는 데 한 사람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든 지, 아니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각의 해결책을 내놓고 그것을 섞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 데 앞서 밝힌 대로 이러한 두 과정이 모두 ‘썩 귀찮은’ 과정인 것이다.
융합이라는 것은 원래 어렵다.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 아내와의 신성한 결혼을 통하여 낳은 융합의 결과물인 아이들이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빠를 닮기도 어떤 면에서는 엄마를 닮기도 했다. 즉, 완전히 둘로 쪼갤 수 없는 융합 과정을 통하여 세상에 나온 아이들인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융합 교육의 사례들 또한 멋져 보이지만 그 과정은 얼마나 험난했을지 짐작이 간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융합 교육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교과 간 연계와 통합이 강화되고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 역량 함양 중심, 진로연계교육,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강조된다.
현장에서는 벌써 한 학기 운영이 17주가 아니라 16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17주지만 남은 한 주는 ‘유연화 교육과정’이 운영된다. 2개 이상의 교과가 융합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운영된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8개 학급씩인데 학년별로 8개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니 교사들이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까지 상당히 고된 과정을 겪었다. 나는 체육교사인데 미술 교과와 융합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스포츠가 예술이 된다면’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배드민턴과 탁구 종목의 대표적인 동작을 우선 익히고 그 동작을 사진으로 찍어 출력한 후 역동적인 움직임을 공예 철사를 이용하여 컨투어 드로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셔틀콕, 탁구공 만들기 활동을 진행한 후 자신이 디자인한 공을 가지고 배드민턴과 탁구 활동을 진행하였다. 마지막에는 셔틀콕과 탁구공을 컨투어 드로잉 작품에 결합하고 두 가지 활동들이 어떻게 상호 도움이 되었는 지 논의를 진행했다. 체육과 미술의 융합 활동은 인체의 구조나 동작의 특징을 자세히 관찰하고 표현하면서 미술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스포츠 종목 동작의 이해해도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기가 디자인한 셔틀콕과 공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내적 동기부여와 스포츠 용기구를 소중히 다루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융합 교육은 미래 교육이기도 하지만 당장 현재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교사들이 당장 주목해야 하는 교육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책에 제시된 융합 교육의 정신과 방향, 사례들은 직간접적으로 융합 교육을 설계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 인상깊은 점은 체크해 두었다가 내년도 유연화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는 데 참고할 예정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융합 교육 사례를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접하면서 융합 교육 민감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아니 현재를 사는 교사가 갖춰야 할 자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