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정리를 시작해보자.
수업한 것들을 정리하는 건 매학기 루틴이다.
다만 이제 그걸
하나의, 한 편의, 한 장의 글로
쓰기로 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매순간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길 수는 없다.
사진과 영상은 어떤 저장 장치에 있든지 간에
많은 용량을 차지 하지만
글은 고작 몇 젓가락의 용량으로 저장이 가능하다는 데서 더 부담없는 정리 방법인 것이다.
제법 긴 영상도 고작 몇 줄의 글로 요약 가능한 걸 생각하면 문자라는 것은 어쩌면 4차 산업 혁명에서 주목받는 기술들보다 더 혁신적이고 완벽한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발명품을 잘 사용하는 일은
여전히, 누구에게나(체육 교사에게도)
유효슈팅이다.
기억의 발걸음을 거꾸로 돌려
글로 정리하는 건 언제든 가능하다.
반드시 회상 후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쓴다는 다짐만으로 머릿속 회상 작업은 더 활발히 일어난다.
‘쓰면서 기억해내는 일’도 가능하니까
어땠든 우리는 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체육교사로서
현장에서 어떤 물리적인 힘도 써야하지만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일을 병행하면
현장에서 쓸 힘이 더 생긴다.
이번 학기에는 탁구 수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덕분에 시행착오도 꽤나 겪었다.
망친 혹은 조금 잘 된 수업의 발걸음을 돌려
글로 정리하는 건 ‘피드백’
그 결과로 완성된 글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다음 수업 ‘피드포워드’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뒤로 간 후에 조금씩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육상 선수 시절
멀리뛰기 위해서는
달려온 거리만큼을 뒤로 걸어가야 했다.
이 글은 착지 후
다시 뒤로 걸어가기 전
써 보는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