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수영장 한 달

IM100 [I am back]

by 서울체육샘

어느 추운 겨울 시험날이었다.

나는 서울체고 수영장에 들어가 몸을 풀고 있었다. 물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체조와 스트레칭 정도를 하고 있었다. 풀장 옆 큰 유리 창문에는 김이 서려있었다.

순서가 되었다. 우선, 다이빙을 한 후 접영으로 25m를 갔다. 그리고는 배영, 평영, 자유영 순으로 각각 25m를 추가로 헤엄쳤다.

IM100이라고 했었나. Indivisual Medley라는건데 수영 실기 시험에 이것이 출제가 된 것이다.

'다이빙 할 때 수경이 벗겨지면 어쩌지', '호흡을 잘못해서 중간에 멈춰야 하면 어쩌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완주를 못하면 어쩌지'. 시험 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지막 자유영 25m는 늘 숨이 턱까지 찼다. 너무 힘들었다. 시험 날도 마찬가지였다. 시험이 아니면 IM100 따위를 절대 했을리 없었고 이시간만 지나면 또 다시 할일은 없을 것 같았다. 절대로. 수영을 시작하고 IM100을 할 때면 1년 동안 적응이라든지 체력이 좋아졌다든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힘들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는 수영이 싫고 두려웠다.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임용 시험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독학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때도 수영을 정식으로 배울 마음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영을 배우면 하게되는 발차기, 호흡, 특정 영법을 익히기 위한 드릴(연습법)을 숨을 헐떡이며 배우는게 사실 두려웠다. 뺑뺑이를 돌며 물속에서 숨을 참고 내가 내 호흡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은 마음 한켠의 짐이자 컴플렉스였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걱정과 두려움으로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서 시작한 것이다.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학교 수영장을 가거나 자취방 근처 수영장을 혼자 다니며 조금씩 시험에 최적화된 수영을 시작했다. 혼자 수영장에서 허우적대며 4가지 영법에 대한 내 머릿속 이미지를 몸으로 실현하려 애썼다. 어디서 듣고 본 것을 수영에 적절치 않은 몸으로 해낸다는 것은 어려웠다. 지구력이 부족한 근육, 유연하지 않은 관절, 작은 손발 등 수영을 잘할 수 있는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게는 그냥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25m씩 순서대로 하는 IM100을 적당히 해내고 시험에서 큰 점수를 깍이지 않을 정도의 기록이 필요했다. 그래서 약한 강도로 1년간 꾸준히 물놀이를 해서 실력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수영장이 쉬지 않는 이상 수영 연습은 매일 했다. 주변에 수영 전공을 한 동기나 선후배,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젖동냥하듯 가끔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는데 나의 수영 실력을 다들 그리 희망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시험을 앞두고도 여전히 수영은 나에게 큰 변수로 남아있었다. 도저히 상수로 바뀔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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