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를 오랜만에 보았다. 평소 관심이 없는데 이상하게 '돌싱 기수'(돌아온 싱글)만 나오면 챙겨보게 된다. 그들 각자의 스토리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서일까.
22기 중 현재 커플로 알려진 옥순과 경수 커플.
화제의 인물답게 옥순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객과 소통 중이다. 얼마 전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흰머리에 대해 쓴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어느샌가 나기 시작한 흰머리가 검게 변해있는 과정을 그녀는 '치유'로 표현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요즘 많이 행복한가 봐요]]
'아, 맞다. 흰머리. 나 뿌염하러 갈 때 됐는데.'
그녀의 글을 보고 문득 내가 뿌염하러 갈 시기가 한참을 지났다는 걸 알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한 달에 한번, 새치를 가리기 위해 뿌리염색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흰머리나 새치나 같은 말이라지만 흰머리 염색이라고 하면 괜시리 좀더 서글픈 기분이 드는 나이(?)니까 '새치'라고 표현하고 싶다.
본격적으로 흰머리가 괴롭히기 시작한 건
업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었겠지만
어느덧 나이도 들어가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거니 생각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두피에도, 나에게도
가혹한 짧은 주기지만
염색을 하지 않으면 삐죽삐죽 나온 흰머리가 못나보여 어쩔 수 없이 미용실로 달려가게 된다.
그런데 벌써 마지막 뿌리염색을 한지 두 달이 지나 있었다. 22기 옥순처럼 잘 보이고 싶은 이성도 없고, 행복해서 많이 웃는 것도 아닌데 원인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러닝'을 시작한 것 밖에 없었다.
아, 허무해서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론 기분이 좋기도 하다.
비록 누군가에 의해 '치유'된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러닝'을 통해 아픈 마음이 조금씩 치료되고 있나 보다.
옥순의 마지막 말처럼 깊어가는 가을을 러닝으로 한껏 누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