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해석
노벨 문학상을 받은 책은 영 구미가 땡지질 않는다.
우선 어렵다.
평론가들이 이야기한 좋은 점을 도저히 찾지를 못하겠다.
공감대를 느끼기가 너무 힘들다.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돼서 다들 보는데 안 보면 안 될 것 같아 사놓고는 정석수학도 아닌데 진도를 빼지 못한다.
결국 남 보여주기식 장식용으로 전락한다.
나만 그런가?
비평가들이 평점을 높게 매긴 영화도 재미가 없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디에 나오는지 찾다가 졸기도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상영시간은 엄청 길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데 중간에 나오면 수준 떨어진 놈이 될까 봐 그래도 끝까지 본다.
있어 보이려고 엔딩 크레디트까지 쫑을 내고 감상평을 한다.
"이 집 팝콘 참 맛있네! 다음번에는 빅 사이즈로 사야지!"
나만 그런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그랬다.
정류장에 딱 도착하면 어김없이 타려는 버스가 떠났고 다음 버스는 올 생각이 없다.
기다리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는데 버스가 도착한다.
기다렸던 전철은 밀어 터진 채로 도착해서 감히 탈 생각을 못한다.
나만 그런가?
스포츠 경기를 좋아한다.
비싼 돈을 주고 직관을 갔는데 응원하는 팀은 항상 진다.
직관을 가는 대신 TV로 보면 응원하는 팀이 져서 생방송을 포기한다.
아쉬움에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면 이겨있다.
운을 시험한다고 전 경기를 타보면 또 져버린다.
나만 그런가?
오랜만에 근교 산에 가는 계획을 달력에 표시한다.
그 좋던 날씨가 갑자기 등산 전날 비가 쏟아진다.
등산을 포기하고 늦잠을 잤는데 일어나 보니 해가 떠있다.
그래도 아쉬워 다시 맘을 잡고 등산을 나가려는데 다시 비가 온다.
나만 그런가?
큰맘 먹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다.
비쌌지만 이번 사치 한 번은 눈을 감는다.
아들놈이 인터넷 쇼핑몰을 보여준다.
내일부터 할인을 한단다. 그것도 많이...
나만 그런가?
돈이 좀 생겨서 주식을 산다.
웬일로 하루 이틀 오른다.
없는 돈을 끌어와서 오르는 가격에 구입을 한다.
어라!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른 날 보다 더 긴 날 동안 떨어진다.
더 손해보지 않으려고 참지 못하고 판다.
어라!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나만 그런가?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
세상은 만만치 않고 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만 그런 거 아니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뜻대로 살아온 사람 같아 보인다.
그래서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나만 그런가?
2025. 10. 17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