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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Mar 06. 2024

중성화 수술 1

얼마 전 근처 도서관에서 고양이에 대한 책을 찾다가 의외의 이름을 발견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소설가 도리스 레싱. 알고 보니 그녀는 수십 년 경력의 “전문 집사”였다. 반가운 마음에 빌려와 보니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생각하고 있던 우리 입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아프리카 농장에서 자랐다고 한다.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 잡은 그 농장은 그야말로 야생 속 외딴섬이었다. 농장에는 여러 종류의 동물이 살았고, 고양이 역시 그중 하나였다. 농장 이곳저곳에 출몰하는 쥐를 잡기 위해서는 고양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농장 쥐를 잡는데 고양이는 고작 한 두 마리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이 수십 마리로 불어나는 것은 금방이었다. 수십 마리 고양이는 좁은 집을 장악해 버리고 쥐만큼이나 농장의 짐으로 전락하고 만다. 잉여의 고양이를 농장 밖에 풀어주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쩌다 집에서 탈출한 고양이들, 즉 농장의 울타리를 넘어간 고양이들은 아차 하는 순간 야생의 고양이로 되돌아가고 이제는 농장의 다른 가축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의 부모님은 주기적으로 고양이들을 “대량 학살”해야만 했다. 주머니에 아기 고양이들을 넣고 물에 빠뜨려 죽이거나 한 방에 몰아넣고 총을 쏘아 죽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 일이 끝나면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했다. 비단 아프리카 시절 작가의 부모님에서 끝난 일이 아니었다. 영국으로 돌아와 도시 생활을 시작한 작가 역시 불어난 고양이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고양이 중성화를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꺼려했던 작가는 결국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는 것이 더 야만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수의사에게 고양이를 데려가게 되는 것이다. 



충분히 납득되는 상황이다. 안전한 잠자리와 먹이가 보장되어 있는 현대의 집고양이들이 자연상태대로 번식을 계속한다면 감당 못할 일이 벌어질 것은 뻔하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를 만날 기회가 없는 경우에라도 중성화가 꼭 필요할까? 들은 바에 따르면 실제 교미할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라도 장기적으로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중성화를 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인간과 달리 고양이에게 발정기나 짝짓기는 쾌락과는 상관없는 고통에 가깝다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 생식기관에는 다양한 질병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가능한 중성화 수술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들 한다. 특히 수컷은 수시로 찾아오는 발정기에 암컷을 만나지 못하면 성격이 사나워지고 이상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양이 분양 사이트에서 중성화 여부는 접종과 함께 중요한 항목으로 다뤄지고 있다. 우리 집 고양이는 수컷이다. 수술을 위해 병원에 문의해 보니 배를 갈라 자궁을 들어내는 암컷의 수술에 비하면 수컷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고환만 제거하면 되는 거라 간단하고 부담도 별로 없다고 했다. 고양이를 데려와 책임을 진다면 예방접종이나 중성화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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