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다'와 '베끼다'가 같아진 내력
寫(베낄 사) = 宀 (집 면) + 舃(신 석)
寫는 집(宀)과 신발(舃)이다. 그런데, 그 신발 석(舃)이 예사롭지가 않다. 황상황후(皇上皇后)들이 예복에 맞춘 예장용(禮裝用)이었다. 밑창을 두꺼운 나무로 깔아 발걸음에 긴장과 절도를 높이고, 온갖 문양이 놓인 화려한 비단을 감싸서 요란을 부린다. 아래로 향한 발가락이 탐탁치 않으니 앞코는 불편을 감수한 채 굳이 곧추 세워서 특별한 신분의 지엄을 놓는다.
글자 석(舃)은 까치를 본뜬 글자다. 당연히 처음에는 까치를 가리켰다. 그 모양이 열린 듯 닫히고, 끊긴 듯 이어지며, 삐친 듯 흐른다. 전체가 균형을 놓은 듯하지만 동시에 잡으니, 그 비정형의 정형이 오묘하다.(【 그림1 】)
바짝 마른 늦가을 감나무 가지를 움키고 앉아 포닥포닥 홰치는 까치 날갯죽지, 인적 없는 뜰 한켠에서 또각또각 노니는 발걸음..! 글자 석(舃)에는 솜씨 좋은 누군가가 단단히 작정하고 까치 한 마리를 제대로 옮.겨. 넣었다.
점차로 석(舃)은 대신(大臣)들도 신게 된다. 왕을 알현하는 때인데, 선택된 자들에게 부여되는 특별한 자격을 표식하기 위함이다. 석(舃)의 공유를 통해서, 왕은 충성을 얻고, 신하는 구별됨을 드러낸다. 그러니, 양방에 득이다. 권력은 그렇게 적당하게 서로 나누고 함께 과시하면 그 행사와 유지가 더욱 효과적이다. 석(舃)은 그렇게 소수 지배층이 차지한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의 상징물이다.
등, 퇴청 행차 오가는 길에 한껏 우쭐함을 북돋은 그 석(舃)을, 대신이 다른 뭇 신들에 섞어 벗어 두었을 리가 없다. 집 안 깊숙이 따로 마련해 놓은 은밀한 곳으로 옮겨서 소중히 모셨을 것이다. 그런 유래로, 석(舃)에 집(宀)을 더한 사(寫)가 처음에는 그저 '옮기다'였다.
그런데, 그 석(舃)들이 집집마다 똑같을 수가 없다. 남과 같아서는 과시의 만족이 덜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색깔과 무늬, 모양으로 특별함을 뽐낸다. 어느날 왕 왈, "오호, 오늘 보니 경(卿)의 석이 참 특색이 있소!"이라 일렀다면, 이내 그 특색은 베껴지고 본떠져서 광속으로 퍼져 나간다.
그 여파는 일반 백성들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감히 똑같게는 못하더라도 그 석(舃)의 이모저모를 자신들 신발에 슬쩍슬쩍 흉내 냈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寫)가 '옮기다'에 더해서 점차 '베끼다'의 의미를 함께 갖게 된다. 하물며, 석(舃)이 원래 그 태생조차 까치를 본떴음에랴!
'옮기다'는, 사물이 그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위치가 변하는 것, 즉 '물리적 이동'이다. 한편, '베끼다', '본뜨다' 또는 '그리다'는, 사물 속에 있는 정보의 위치가 변하는 것, 즉 '정보의 이동'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그 의미가 다르다. 그럼에도 사(寫) 안에 그 두 의미가 혼재하더니 지금은 본래의 뜻은 아예 와전되어 사(寫)를 '옮기다'에 사용하는 일이 없다. 신발(舃) 때문이고, 까치(舃) 때문이다. 哈哈。
사족, 딱딱하고 높은 나무 밑창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석(舃)은 워낙에 귀하니 그 걸음이 거북하다. 그 걷는 모양이 뒤꿈치를 들고 꺽어 걷는 까치걸음을 흉내 낸 듯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그 이름마저 아예 까치(舃)라 하게 된 게다.
하이힐은 옛날 파리에서 길 위에 버려진 분뇨를 피하려고 고안되었다고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일찍이 고대 이집트나 로마의 귀족,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들이 이미 하이힐을 즐겼다. 키를 높여 위엄있게 보이기도 하거니와 실용적으로는 말 등자에 발을 걸기가 편하기 때문이란다. 당시에 말은 지금으로 치면 벤츠나 BMW다. 그러므로 하이힐은 귀족들의 폼나는 일상에 중요한 용품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하이힐은 노동하지 않는, 그리고 권력을 쥔 유한(有閑)자들의 상징이었다. 석(舃)을 너무나 닮아있다. 그 모양도 비슷하고 사(寫) 자의 내력에 나타난 그 현상 또한 그렇다. 경쟁하듯 높아지고 남들 보다 튀고, 베끼고 본뜨고, 더욱더 비싸지고… 착용한 자들의 관절이 삐꺽이던가 말던가!
다행히 육체 노동이 간단해진 현대에는 원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하이힐을 신을 수 있게 되었다. 예전처럼 신분에 귀속되지 않는다. 다만 주로 여성들이 신는다. 권력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呵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