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공지마 Mar 26. 2022

[한자썰41] 每, 그 한결같음에 대하여…

평생 매양 간직할 소중한 선물

每(매양 매): ‘삐친 十’(-) + 母(어머니 모) 주 1)


每(매양 매)는 갑골문에서 보면 가슴을 풀어헤친 채 꿇어앉아 있는 여성이다. 머리에는 장식(M 모양)은 성인임을 상징하는 비녀로 추정이 된다. 지금 글자 머릿 부분에 ‘삐친 十’ 자가 그 비녀의 변형이다. 그러니, 每는 천상 수유 중인 어머니를 가리키는 글자다. 실제로 每는 갑골문에서 母(어머니 모)와 혼용해서 쓰인다. 금문에 이르러서, 어머니의 의미로 母가 더 유력하게 사용되면서, 每는 '매양', ‘늘’, '마다'로 새김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지금은 어머니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지만, 다른 글자에 섞여 들어가면 필히 어머니와 관련이 있다.(1, 2, 3) 주 2)


每(매양 매)가 왜 '매양', ‘늘’, '마다'가 되었는지에 대한 대한 설명은 분분하다. 점잖게는 '어머니 마음이 한 결 같기 때문'이라는 교과서 같은 해석이 있는가 하면, 유방을 표현한 점 두 개에 포착되어 '아기가 젖 달라고 엄마한테 시시때때로 보채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죽을 만큼 힘들다는 그 산고를 치러 내고서도 또다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답은 없고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설(說)들에 불과해 보인다.


나더러 답을 내라 하면 나는 세 번째다. 每의 새김말 중에 '우거지다(=무성하다)'가 있기 때문이다. 고대에 다산(多産)은 최고의 복에 속하고 그 복의 근원이 어머니다. 그러므로, 每는 어머니와 다산이라는 두 개념이 겹쳐져서 '우거지다(=무성하다)'를 추가로 파생하게 된다. 그러니, 세 번째라는 게 내 결론이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每 자를 만들어 낸 고대 중국인들 생각이 그랬을 것이다라는 게다.


그런데,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보니 세 가지가 전부 사실은 일통(一通)이다. 오랜 임신과 극심한 산고의 반복, 삶의 자유를 박탈하는 수유와 육아, 모성애라 이름 붙인 무거운 도덕적 의무와 압박, 그런 모든 질곡의 운명들에 대해서 아무런 대항도 피면(避免)도 없이 '매양' 참아 내기만 하시는 그 이가 그저 어머니시니까! 되거나, 들거나, 있거나 아무 차별이 없다. 그러니 '늘'이고 ‘마다’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인내가 바다와 같더라는 게다. 그 넓이와 깊이를 측정할 수가 없는 바다를 어머니 말고는 달리 비교할 게 없다. 그 글자가 海(바다 해)다. 자식들이 위험(攵(칠 복))을 당하면 당신 몸 사리지 않으시고 누구보다 재빨리 나서서 지혜롭게 대처하시는 이가 어머니다. 그 글자가 敏(재빠를/영리할 민)이다. 주 3)


그 은혜가 얼마나 크신지, 자식들은 평생을 두고 갚아도 갚아도 갚을 수가 없고, 떠나보내드리고 나면 남느니 뉘우침이다. 그 글자가 悔(뉘우칠 회)다. 내 찾으면 반겨 맞으시고, 내 아프면 달려오시고, 내 달라면 덥석 주시지만, 당신 싫어도, 당신 힘드셔도, 당신 하고 싶으셔도 뭐라 내색하지 않으시니, 그게 그저 익숙해서 모든 게 '당연한 거다' 싶은 게 자식들이다. 그 글자가  侮(업신여길 모)다.


그 처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는 있으나, 인내나 기품, 품격을 품으시고 당신은 몰라도 자식들을 그런 사람으로 키우겠다 늘 노심초사 힘쓰시는 분이 어머니다, 그 글자가 사군자 중 하나인 梅(매화 매)다. 배움의 반이 학교와 사회라면, 그 나머지 반은 어머니 슬하다. 잠깐 깨우쳐 아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만지고 살면서 배워지니, 평생토록 지울 방법이 없다. 그 글자가 誨(가르칠 회)다.


(출처) 文档网, www.wendangwang.com

사족, 은퇴해서 노는 아들, 따듯하게 겨울 지내라고 손수 목도리를 뜨셨다. 낼모레 육십 드는 아들 생일이 뭐 그리 중하다고, 그날에 맞추려고 족히 몇십 날을 늦은 밤 새벽까지 뜨개바늘을 쉬임 없이 놀리셨다. 손가락 곱다 아프다 하시면서, 눈 어둡다 시리다 하시면서도, '이 낙 없으면 내가 뭐하리!' 하시니 도저히 말려 드릴 방도가 없다.


반쯤을 짜시고서 어느 길이가 좋은지 물으시길래, 손 고생, 눈 고생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까 싶어서, '저는 짧은 게 좋아요.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했더니, 이내 눈치를 채시고 '잘 놓고 다니는 니 습관에, 짧으면 금방 잃어버려. 그래도 겨울은 나야지!'라며 되받으신다.


유난히 추웠던 2월 초 어느 한 날에, 한식요리사 자격시험 준비하는 당신 손자가 차린 당신 아들 생일 상! 리본까지 묶어 예쁘게 선물 포장한 일천% 수제, 선홍빛 니트 목도리를 당신께서 직접 건네주셨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딱 그 빨간색으로 그리고 치렁치렁 길디 길게..! 일부러 동대문까지 들러 사 오신 Hand made 갈색 가죽 라벨이 엄마표 찐품임을 확실하게 증명한다.


민첩하시고, 지혜로우시며, 기품 있으시고, 인내하시고, 넓고 깊으시고, 양보하시고, 그래서 평생을 당신께 배운다.


대통령 선거일 다음날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투표 잘하셨어요?"

"아니, 날씨도 춥고, 코로나도 걱정되잖아. 그래서 안 했지. 내가 이번에는 허 머시기 찍어 줄라 했거든..!"


울컥했다. 원래 찍겠다 하셨던 이는 그분이 아니셨다. 일부러 안 하신 거다.


벌써 춘삼월 하고도 하순, 그리고 봄이다. 하지만, 지난겨울 내도록 나는, 한 번도 그 목도리를 두르고 외출하지 못했다. 들고 나간 거 잃어 버리기가 일쑤라놔서 혹시라도 잃어버릴까봐. '내 평생 죽을 때까지 매양 간직해야 하는데!' 하는 그 걱정이 참 태산이다. 呜呜。


주) 1. 每자 위부분이 자체(字体)를 웹에서 지원되지 않아, ‘삐친 十’이라 대체해서 쓴다.

2. 갑골문에서 母, 每 그리고 女가 모두 어머니다.

3. 敏(재빠를 민)은 여성을 겁박해서 재빨리 취하는 장면인데, 원시시대 약탈혼의 흔적이라 해석한다. 이게 정설이긴 한데, 여기선 내 맘대로 푼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내 해석이 더 옳다.


p.s. 다음 한자썰은 讓(사양할 양)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한자썰40] 邸, 길고 높은 담을 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