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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r 30. 2022

[한자썰43] 憂, 마음이 설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憂(근심 우): 頁(머리 혈) + 心(마음 심) + 夊(천천히 걸을 쇠)


憂(근심 우)는 얼굴(頁)을 찡그린 채 답답한 마음(心)을 품고 천천히 걸어(夊) 가는 사람이다. 근심에 싸여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내면과 외면의 특징들을 은유적으로 아주 잘 표현한 글자다. 늘 그렇듯이 그 갑골문은 적나라하다. 근심 때문에 골치 아픈 머리를 손으로 두드리고 있는가 하면,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그대로 옮겨 놓기까지 한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괴고 있는 모습이 딱 그대로다. (2, 3) 주)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근심 ) 지금 모양처럼 복잡해진 것은 전국시대에 이르러서부터다.(4, 5, 6) 걱정과 근심의 대상 거리들이 인간사에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천하에 열국들이 사분오열, 합종연횡(合從連橫)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복잡한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리라!  이후로 憂는 () 조금씩 바뀌었을  ()에는 달라진  거의 없다. 아마도 전국시대와 같은 난세가 중국 역사 상 더이상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憂(근심 우)의 간체자는 忧인데, 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전국시대부터 이미 있던 글자다. 그 뜻은 심동(心动), 우리 말로는 '설레다', '마음이 내키다'이다. 고서적에만 간간이 남아 있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잘 사용되지 않던 글자인데, 마침 그 발음이 憂(근심 우)와 우연히 동일한 이유로 현대에 재발굴되어 그 간체자가 되었다.


두 글자 간에는, 心(마음 심)과 忄(심방변 심) 말고는 연관을 지을 거리가 없다. 다만, 갑골문을 보면 尤(더욱 우)가 '손에 난 사마귀(또는 혹)' 또는 '육손(多指)'을 가리킨다. 그 사마귀와 육손을 파내거나 잘라내고 싶은데, 그 통증을 생각하니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마음, 그 마음 상태가 憂와 같다 라고 생각을 해보니, 그런대로 그럴 듯은 하다.


사족, 혈혈단신으로 북경 왕징(望京)에서 4년 반 주재원 생활을 했다. 같이 근무하던 주재원들 중에 나이가 좀 많은 편이라 독거노인이라고 놀림을 받곤 했다. 그 이니셜인, DKNY라는 명품(?) 별명도 덤으로 얻었다. 가족도 없이 낯선 땅에서 혼자 살이로 지내려니 그 일상이 그리 호락호락했을 리가 없다. 힘들고 답답할 때, 그래서 밥심이 필요해지면 가끔 찾던 한국식당, '키친혜원'이 기억난다.

‘키친혜원’은 음식도 먹을만했지만, 사실은 이층 창쪽에 걸어 놓은 네온사인 문구가 훨씬 더 좋았다.


"걱정하지 말고 설레어라!"


아래층에 자리가 비었을 때도, 괜스레 이층으로 올라가 점심을 먹고 치맥을 했다. 왠지 저 문구를 보고 있으면, 걱정이 가벼워지고, 소화가 잘 되고, 맥주 목 넘김이 훨씬 좋아진다.


아마도, 그 식당 젊은 사장님은 憂와 忧, 그 글자 간의 내력을 알고 있으셨던 것 같다. 忧에 숨겨져 있는 비밀의 조언, '야! 이왕 하는 건데 걱정 따위는 좀 제쳐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단 해보라니까!' 사마귀나 육손을 잘라내는 아픔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 후에 얻을 만족을 상상하라는 뜻이다.


잘 알려진 티베트 속담이 있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 비슷한 다른 말로는,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세상에 걱정이 없겠네!"


주) 頁(혈)은, 갑골문을 보면 머리를 비이상적으로 커다랗게 그려 강조한 사람, 즉 '얼큰이'의 상형자다.


p.s. 다음 한자썰은 規(법 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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