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공지마 Apr 11. 2022

[한자썰47] 春, 봄에 드는 생각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春(봄 춘): 丰(풍부할 풍)+人(사람 인)+日(날 일)


春(봄 춘)의 부수는 日(날 일)이다. 따사로운 봄날 반짝이는 햇볕이 나무와 풀과 사람에게 베푸는 향연의 시절이 春이다. 자형 변천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사연이 오롯하다.


봄은, 갑골문에서 나무 숲(***) 사이로 햇살(Θ)이 내려 깃들고 겨우내 굳어진 뿌리에 물이 올라 새싹이 솟고 떡잎을 연다.(A, G)


봄은, 금문과 소전에서 풀밭(艸) 가득히 햇살이 넘치고 파릇한 새싹들이 미소 같은 아지랑이를 피우며 올라온다.(B, F, H)


드디어 예서(隸書)에는 춘정(春情)에 겨운 어떤 사람(人)이 나타나, 봄기운으로 가득한 풀밭 위를 여유롭게 거닌다.(D) 해서(楷書)에서 그 풀들은 더욱 무성하게(丰) 자라나고 퍼져서 대지 위에 충만해진다.(E)


봄의 설렘은, 풀과 나무, 꽃 그리고 그립고 정든 사람으로 생긴다. 春은 그 글자 하나에 그런 모든 것들을 다 담는다.


봄은 경계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사이를 아주 잠깐만 지키내다가 속절없이 스러진다. 그렇게, 죽음의 봉인을 걷히면 생명은 앞을 다투어 터져 나온다. 春의 윗부분 丰을 艸(초)의 간화가 아니라 封(봉할 봉)의 생략이라는 풀이가 있어서 그렇다. 겨울이 봉한 생명의 기운을 일순간에 불러 일이니는 봄은 그래서 반란이다. 주)


짧지 않은 경계와 반란이 있던가?! 봄이 짧은 것은 보이지 않다가 보이기 때문이다. 보이다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쉽게 물러가지 않는다. 봄이 가을보다 바쁘고 짧은 이유다. 그리고 봄은 가을 못지 않게 슬프다.


<설문> 春을 밀어냄(‘, 推也。’)이라 했으니, ‘봄볓에 어루만져 이고 만물이 불어나 무성하다(春光抚照, 萬物滋榮)’라는 뜻이다. 겨우내 얼어붙어 죽어 있던 것들을 소생시켜 땅밖으로  몸을 밀어 내고, 씨앗과 뿌리 속에 숨은 생명의 기운들을 터트려 나오게 하니 ‘봄은 밀어냄일지라!’ 참으로 맞다. 그래서, 春을 준으로 읽으면 ‘움직이다’, ‘진작하다’, ‘분발하다 된다. 불순한 세력이나 보잘  없는 무리가 소동을 일으킨다는 , 준동(蠢動) 春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준동(蠢動)은 봄에 대한 모독이다. 준(蠢)의 아랫부분 벌레(虫) 따위들을 털어 내어 준동(春動)이라 쓰고, ‘순수한 세력이나 의로운 무리들이 억눌린 생명의 기운을 해방시키기 위해 난리를 일으킨다’로 읽는다.


사족, 봄의 새김말들로 봄 춘을 써본다.


봄 춘


봄은 나른한 햇볕을 쪼이며

동녘으로부터 온다.


술 취한 걸음인 양

남녀의 정이 경계를 어지럽힌다.


젊음, 그 푸르름(青)에

정욕(情慾) 마저 아름다워 부끄럽지 않다.


그것들 모두를 하나로 이르는 성(姓)이

그저 춘(春)인 때문이다.


주) 封(봉할 봉)은 제후가 자기 다스릴 영역을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封의 갑골문은 흙더미(土) 위에  나무(木 》 土)를 심는(寸) 모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자썰46] 息, 소식을 몰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