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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y 30. 2022

[한자썰56] 左, 날갯짓은 둘이다.

필요 없는 분별의 무용함과 공동선의 유용함

左(왼 좌): 왼 기운 모양 十(왼 좌) + 工(장인 공)


左(왼 좌)의 갑골문은 ‘삼지형 왼손’에 입(口), 말(言) 또는 공구(工) 등이 합쳐진 여러가지 모양이다.(표 1, 2, 3) 손이 워낙 그 용도가 다양해서 복잡한 의미들이 파생하게 되니, 그것들을 각각 구별해서 표기한 것들일 것이다. 이 셋은 ‘왼쪽(左方)’ 또는 ‘돕다(補助)’의 뜻으로 쓰인다.


손에 입(口)이 붙어서 ‘돕다’가 된 것은, 입으로만 밥을 먹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말(言)이 붙은 것은 말할 때 손을 함께 쓰면 소통이 훨씬 더 잘 되기 때문이다. 공구(工)는 주로 오른손으로 다루지만 왼손이 도우면 실수가 없고 보다 정교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셋 다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글자를 굳이 달리 만든 것은 어기(語氣)가 조금씩이라도 달랐을 것이지만 그 차이를 지금은 알 수는 없다. 서주(西周) 초기에 口와 言이 쓰이다가 중기에 들어서 工으로 통일되는데, 이 또한 그 연유를 알 수는 없다. 다만, 기술의 발달과 각종 공구들의 발명이 의식을 기술 중심으로 쏠리게 만든 결과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1, 2, 3) 주 1)


쌍(雙)으로 있는 신체 부위 중에 방위 표기 글자에 응용된 것은 손이 유일하다. 눈(目), 귀(耳), 발(足), 폐(肺), 신장(腎), 엉덩이(臀) 등도 모두 몸 양쪽으로 대칭인데, 오직 손(手)만이 좌우로 방위를 가르는 데에 쓰인다.


하필 왜 손일까? 수동적 입력장치인 눈이나 귀와 달리 손은 능동적 출력장치이기 때문이다. 손은 전후, 좌우, 상하, 회전운동에 모두 능하고 굽히고, 펼치고, 잡고, 만지는 데에 예민하니 표현과 실행에 탁월하다. "왼손 쪽에 돌을 집어 주세요!"와 "왼귀 쪽에 있는 돌을 집어 주세요!"를 비교해 보면, 어느 방식이 더 유용한 지 두말이 필요없다. 손은 방향이 정해지면 동작으로 이어진다. 귀가 어디 그럴 수 있겠는가?! 발이 손과 비슷하지만 손에 비할 바가 못된다.


특히, 손은 눈과 긴밀히 동조한다. 손놀림이 정교한 것은 오직 눈이 있은 덕분이다. 나를 중심으로 해서 세상의 방향을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로 나눈다면 손을 따를 게 없다.


그런데, 왜 세 가닥이지? 손가락은 다섯 개인데!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힘을 빼서 편안히 떨어 트리고 의식하지 않고 내려다보면, 엄지와 검지 그리고 길다란 중지가 보인다. ‘심지형 손’은 눈에 보이는 손의 형상, 그대로를 옮겨 놓은 것이다. 갑골문에서 왼손과 오른손은 거울을 마주 한 것처럼 똑같다.

삼지형 왼손 對 오른손

갑골문 좌(左)는 홀로는 쓰이지 않고 다른 글자와 어울려야만 글자가 된다. 즉, 주(主)가 못 되고 보(補)로 기능한다. 그래서인지 방위 외에 가진 뜻이 '돕다'이다. 좌(左)가 점차 왼쪽이라는 의미로 사용이 굳어지자, '돕다'의 의미로 佐(도울 좌)가 새로 생긴다. 지금도 갑골문 왼손의 변형인 ’왼 기운 모양 十‘은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좌(左)와 달리, 우(右)는 금문에서 처음으로 나타나니 시기적으로 한참 뒤에 생겼다. 대신 갑골문 우(右), ‘삼지형 오른손’이 일찍이 단독으로 쓰이는데, 방위 외에 뜻으로 '위(上)', '높다(高)', '값지다(贵)'로 쓰인다. ‘삼지형 오른손’은 ‘삼지형 왼손’과 달리, 又(또 우)의 형태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고 단독 글자로도 널리 쓰인다. 좌우 차별의 역사는 그 뿌리가 참으로 길고 깊다.


佐(도울 좌)든 佑(도울 우)든 ‘돕다’로 쓰인 것은 왼쪽 오른쪽 가릴 것 없이 손은 원래 돕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좌(補佐)는 아래에서 위를 돕는 것이고, 애국가 가사에도 있는 보우(補佑)는 위에서 아래를 돕는 것이다. ‘김 과장이 보좌해서’와 ‘하느님이 보우하사’로 존비를 갈라 말하는 이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왼손 그리고 왼쪽의 처지가 참 가엾다.


사족, 갑골문 삼지형 손을 보면 방향이 다를뿐 그 모양으로는 오른손과 왼손은 차별이 없다. 이미 금문 시대부터 左와 右에 좌우 구분 없이 ‘왼 기운 모양 十’으로 통일된다.


좌다 우다 가리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자기 편끼리 더 잘 살아 보겠다는 악다구니를 그저 프레임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탐욕에 빠져 주장하다 보니, 좌든 우든 자신들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모두 잘 살기’를 명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망각한 게 대다수다. 아무 생각도 없이 덩달아 북치고 꽹가리 치기에 신을 낸다.


아무리 싸워보시라! 결코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너를 위해 내가 이런다는 것을 네가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모두가 허사다. 좌와 우의 대칭의 본질을 한자(漢字)左와 右로 생각하면 그 답이 보인다. 左와 右의 갑골문 또는 금문은, "필요 없는 분별의 무용함과 공동선의 유용함"을 깨닫게 한다. 내 팔에 왼팔과 오른팔을 갈르는 그 밑 없는 어리석음이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짙어지면 비로소 날게를 편다. 그 날갯짓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그 둘이 함께 퍼덕여야만 올빼미는 날 수가 있다. 주 2)


주) 1. 어기(語氣), 늬앙스의 차이를 갑골에 새겨진 둔한 몇 자로 어찌 분간하겠나! 그랬겠거니 생각을 미루는 것도 미덕이다.

2. 헤겔의 말이다. 철학의 추사성(追思性), 즉 시간이 지나서 입장이 사그러들어야 비로소 진실이 드러난다는 말씀! 이렇다 저렇다에 함부로 홀리지 말라는 뜻이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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