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모여 활짝 핀 꽃이 된다.
서울에서 발레를 하는 막내 여동생 딸에게 초대장을 받았다.
'같은 동네에 사는 쓰리 자매님 서울에 초대합니다. 일정은 제가 세우겠습니다.‘
날짜를 정해 오빠와 둘이 사는 투룸으로 오라고 한다.
우린 기분 좋은 초청장에 금요일 퇴근 후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가는 동안 막냇동생이 말했다.
“지원이가 이모들이랑 꼭 연극 한 편 보라고 예매해 줬어. 연극이 감동이었나 봐. 우리 생각도 많이 났대.”
나머지 일정도 들을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엔 조카가 살고 있는 투룸에서 잔다. 물론 이모들이 좋아하는 맥주는 마시고 잔다. 토요일 아침 복잡한 지하철 환승역까지 조카가 인솔한다. 인솔 후 조카는 다른 노선 지하철을 타고 발레 연습장엘 간다. 지방에서 올라온 어리바리한 우리 셋은 대학로 소극장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찾아간다. 조카가 예매해 둔 '빨래' 연극을 마스크 착용하고 본다. 조카가 연습 마치는 저녁 7시까진 자유시간이란다.
막냇동생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우리 셋은 귀여운 조카 덕에 깔깔대며 웃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우리 셋을 걱정하며 꼼꼼하게 세운 일정표에 놀랐다. 꼬맹이인 줄 만 알았던 조카의 섬세함에 감동했다. 정(情) 많고 애교 넘치는 조카다
우린 조카가 세워둔 일정표대로 1박 2일을 꽉 차게 보내고 왔다. 연극, 대학로, 광화문, 청와대까지 나름 일정이 빡빡했다. 작년 이맘때 있었던 세 자매와 조카 이야기다.
조카는 서울서 대학 졸업 후 원하는 길을 가고 싶어 여러 군데 오디션을 봤다. 결과가 신통찮아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조카가 마음이 쓰인다. 힘든 서울살이를 해내고 있음을 칭찬한다.
“지원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단다. 일만 시간의 법칙도 있잖니. 연습벌레인 널 보면 게으른 이모는 반성한다. 지원아! 연습 끝에 네가 기다린 결말이 있지 않을까? 지금도 거울 앞에 다리 쭉 펴고 연습 중이겠지. 이모도 너한테 배운 어깨 스트레칭을 해야겠다. 바람이 찬데 감기 조심하고. 또 초대장 날려줘^^”
2.15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조카를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꽃잎’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들은 ‘꽃님’이라고 불렀다. 꽃잎처럼 작았던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성실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청년이 되었다. 저물어가는 어른인 난 초보 어른이 된 세상 모든 조카에게 응원을 보낸다.
다음은 조카에게 감동하여 ‘행복한 동행’에 썼던 글이다.
<애교 뽕뽕 조카, 지원이>
이제 5학년이 된 조카 지원이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우편^^'
평소에도 이런 문자를 자주 보내왔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정말 마음에 드는 문자구나. 이모도 반사^^'
라고 답을 보냈더니, 글쎄 우리 집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 두었으니 얼른 읽어 보라는 뜻이었다네요.
잊을만하면 온 가족에게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힘들지만 우리 열심히 살아요. 아프지 마세요.'
등등 애교가 철철 넘치는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어 두는 이 아이는
2.15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신세까지 진 막내 여동생의 딸이랍니다.
얼마나 조그맣고 앙증맞은지 친정엄마께선 '꽃잎'이라는 애칭을 지어주셨고,
우리는 '꽃잎'을 부르기 쉽게 '꽃님'으로 바꾸어 부른답니다.
"꽃님아!!"
라고 부르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달려오는 조카가 얼마나 예쁜지요.
몇 년 전에는 남편 기일을 앞두고 우울해하던 저에게 편지를 보내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죠.
'이모, 이모부가 없어서 괴롭고 힘들고 외롭고도 슬프죠?
그래도 기운 내시고 밝은 얼굴로 생활하시고 힘내세요. 울지 마시고요. 사랑해요. 이모!'
그때 유치원생이었던 조카가 벌써 5학년이 되었네요.
오늘은 과연 어떤 편지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편함으로 달려가는 내내 미소를 가득 머금게 됩니다.
"애교 뽕뽕 지원아! 지금처럼 맑고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거라!! “ (행복한 동행. 2009년 3월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서울살이 중인 조카 생각이 난 날이다.
작고 앙증맞은 꽃잎 하나하나가 모여 한 송이 꽃으로 활짝 피듯 조카도 꽃밭 속에 파묻히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