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급식이 13일 남음.
1교시까진 좋았다. 2교시 시작종과 함께 보건실 문을 들어서는 인상파 2학년 녀석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한다.
“여기요! 타이레놀 하나 주세요”
‘헐~~’을 삼키고,
“여긴 약국이 아니란다. 그리고 여기요는 없고!”
날 째려보며
“아프다고요! 약 주세요!!”
난 원로 보건교사답게 체온 측정을 하면서 ‘잠은 잤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혹시 화나는 일이 있는지 자주 머리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등을 물었다.
“아! 18! 약만 주면 되잖아요”
이쯤 되면 나도 돈다. 지구는 둥그니깐.
“담임선생님과 이야기 좀 할게. 기다려”
그 후 상황은 상상에 맡긴다.
그래서 기분이 꿀꿀하다. 3교시 쉬는 시간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시끌벅적 난리다. 그중에
“쌤 만수무강하세요! 저 장가갈 때까진 사셔야죠” 녀석과
“제발 오래 사세요!” 녀석이 보인다.
“정*아 건*야! 쌤 기분이 거시기한데 웃겨줄래?”
평소 같음 춤을 췄을 녀석들인데. 둘이 뻘쭘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그래 그럼 둘이 사진이나 한 장 찍자. 쌤이 너희 이야기를 글로 쓰려고 하거든”
쭈뼛거리며 마지못해 알겠다며 자세를 취한다.
“평소처럼 웃고 장난도 치고 그래봐”
두 녀석은 동시에
“그냥 찍어요”
도도한 놈들.
6교시에 정*이가 왔다.
“건*랑 싸워서 말도 안 하는데 쌤이니깐 사진 찍은 거예요. 그니깐 6교시엔 제발 한 번만 침대에 눕게 해 주세요. 쌤”
“쌤은 만수무강 못 하겠다. 속상해서”
“안 돼요! 쌤! 저 장가가는 거 봐야죠.”
“그럼 6교시 수업 잘 듣고 건*랑도 화해하고”
잠시 망설이다
“화해는 좀 생각해 보고 수업은 들어갈게요. 착하죠. 저 칭찬해 주세요. 쌤”
춤을 추지 않아도 꿀꿀함이 싹 날아간다.
‘그래! 며칠 안 남았는데 까짓 거 원하는 거 무조건 주자! 줘버리자!’